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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영역 실수 안했다" 이재명의 자신감이 불편한 이유 [김하나의 기자수첩]


입력 2022.01.05 07:01 수정 2022.01.05 08:24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누적적자 10억원 넘었다" 인천 카페 24시간 꼼수 영업…경찰 압수수색

이용구, 특가법 피하려 택시기사 회유…경찰, 블랙박스 확인하고도 내사 종결

이재명 측근들, 통 큰 꼼수 의혹 난무한데…이재명 "공적영역 권력 남용, 살펴봐 달라"

24시간 영업을 선언한 카페에서 내건 안내문 ⓒ 연합뉴스

인천 한 대형카페에 "24시간 영업을 하겠다"는 안내물이 걸렸다. 이 안내문에는 "지난 1년간 누적적자가 10억 원을 넘었다"며 "과태료보다 직원 월급을 주는 게 더 급하다"고 쓰여 있다. 정부 방역지침 대로라면 밤 9시면 영업을 끝내야 한다. 그런데도 해당 카페 점주는 금지된 행위로 돈을 벌겠다고 나섰다. 정수대로만 세상을 살아서는 손해만 볼 게 뻔해도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잘 지켜왔으나, 해당 카페는 그 어떤 손실보상금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기세를 낼 돈도 없어 눈물을 머금고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도 쏟아지는 마당에 24시간 영업을 하겠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정당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실제 이들 카페는 사흘간 24시간 문을 열었다가 담당 구청에 고발당했다. 경찰은 해당 카페를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CCTV와 매출 기록 등을 통해 밤 9시 이후 카페를 찾은 손님들을 확인하고 있다. 방역수칙 위반으로 판정되면 업주와 손님 모두 3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편법 외에는 선택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자영업자들의 호소를 보면 어쩐지 서글퍼진다. 통 큰 꼼수가 난무하기 때문일까.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은 피해자를 회유하는 꼼수를 부렸다. 택시 안에서 운전석에 앉은 택시 기사의 목을 움켜잡은 사실이 탄로났다가는 형사 입건을 피하기 어려운 특가법상 운전사 폭행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려서 벌어진 단순 폭행으로 알려졌던 이 사건은 당초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경찰관이 블랙박스를 확인하고도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권력자와 그 주변 무리들의 꼼수는 더 교묘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활동 중인 이모 변호사는 이 후보로부터 현금 3억원과 3년 후 팔 수 있는 상장사 주식 20억여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주식이란 우회로를 이용해 변호사비를 대납한 꼼수를 썼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의 측근인 김현지 전 경기도 비서관은 하필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 받아 수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부실장도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기막힌 우연으로 분양에 성공한 이들은 땅을 사서 엄청난 재미를 봤다.


이 후보의 수행 비서였던 백종선씨는 버스업자로부터 현금 수수 및 골프 접대 등 26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6년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백 씨가 그만둔 수행비서 자리에는 하필 그의 동생이 맡았다. 백 씨의 부인과 여동생 등은 공무원 시험도 보지 않고 시청 및 산하 단체에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꼼수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니 많은 도움을 드리겠다"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이라고 입사지원서에 쓴 청와대 김진국 민정수석의 아들이 순수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 후보는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에 "제가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게 많다. 제 잘못을 인정하고 부족한 점들에 대해서 사과드린다"면서도 "국민을 대리하는 일꾼에서 본다면 공적 영역에서 권력을 남용하거나 무능하거나 정책적 판단을 실수한 게 있는지 살펴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성남시장 업무를 하면서 공적 영역에서 문제 될 일은 하지 않았다. 실수하지도 않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떤 정치인이 대선을 준비하면서 공적 영역에서 대놓고 위법 행위를 저지를까. 합법과 편법의 경계에서 교묘하게 이뤄지는 꼼수가 있다면 더 큰 불공정 아닐까. 공적 영역에 대한 권력 남용을 봐달라는 이 후보의 자신감이 불편하기만 하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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