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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정몽구, 현대글로비스 지분 10% 매각…"주주가치 제고"


입력 2022.01.06 09:33 수정 2022.01.06 09:5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정의선 회장 지분률 19.99%로 낮춰…정몽구 명예회장 지분 전량 매각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 그룹에 매각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873만2290주 중 123만2299주와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251만7701주 전량을 시간 외 매매로 처분했다고 5일 공시했다.


처분 단가는 주당 16만3000원이다. 이에 따라 정의선 회장은 2008억원, 정몽구 명예회장은 4103억원 가량의 주식 매각대금을 손에 쥐게 됐다.


처분된 주식은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의 특수목적법인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PROJECT GUARDIAN HOLDINGS LIMITED)가 매입했다.


이번 거래로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은 23.29%에서 19.99%로 낮아졌지만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됐다. 정몽구 회장은 기존 6.71%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주주 명단에서 빠졌다.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는 지분율 10%를 확보하며 3대 주주가 됐다. 2대 주주는 11%의 지분을 보유한 노르웨이 해운사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AS(Den Norske Amerikalinje AS)다.


이번 거래에서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는 정의선 회장과 지분 공동보유 계약을 체결하면서 정 회장의 특별관계자로 남는다. 즉, 지분 매각 이후에도 정 회장의 우호 지분율에는 변동이 없이 안정적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정 회장 및 특별관계자 지분은 본인 및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AS,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 외에 현대자동차(4.88%), 현대차 정몽구재단(4.46)을 포함, 총 50.34%에 달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이번 매매는 현대글로비스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모펀드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대량으로 확보해 주주가치를 높였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6일 장 초반부터 큰 폭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정 회장은 우호지분을 유지하면서 본인의 지분율은 19.99%로 낮춰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른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상장사의 경우 기존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개정됐다. 기존 정 회장 부자의 지분율은 30%였다.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운송을 위해 설립된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사업의 상당 규모를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수주하고 있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되면 이러한 사업 구조가 일감 몰아주기로 해석돼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정 회장 부자는 앞서 2015년에도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매각해 지분율을 43.39%에서 30% 미만으로 낮추며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바 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정 회장 부자가 도합 6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지분매입 여력도 커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조만간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다시 착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기아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여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지만, 시장에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당시 정 회장이 직접 나서 시장과의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여러 의견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및 현대엔지니어링 등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아차로부터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로 단순화된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우호지분이 기존 50%로 유지되는 만큼 현대글로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를 두는 시나리오도 아직 유효하다.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 반조립(CKD) 사업부를 기아에 넘기고 그 대가로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현대글로비스의 CKD 부문 사업가치는 4조원대로 평가돼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의 대가로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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