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코스피 5000' 시장에 맡겨야"
금투업계 "종합과일 선물세트식 겉핥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금융시장 공약에 대해 "잘못된 진단과 반(反)시장 시각으로 빚어낸 공약"이라는 혹평이 나왔다. 주요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부족한데다 시장 부작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적 선언'에 가까운 발표였다는 지적이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와 시장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국력 세계 5위와 국민소득 5만달러, 코스피 5000포인트 달성 등 이른바 '5·5·5 공약'을 비롯한 신경제 비전 선포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코스피 5000시대'의 핵심 근거로 '주가조작 근절'을 제시한 것은 원인과 진단의 인과관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서 단 한 번이라도 주가 조작에 가담한 경우, 다시는 주식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징벌과 배상을 확실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가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기대 할인율로 반영한 것인데, 할인율이 높았던 부분을 줄이면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며 "주가 조작 가담자에 대한 징벌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한 요소가 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현금이 계속 들어와야 5000p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겠다'는 있는데, '어떻게'가 없다
이 후보가 제시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대해선 시장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현재 정부도 올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선진국지수 최종 편입까지는 핵심 전제 조건인 외환시장 개편 여부와 지수 사용권 등 예민한 사안을 놓고 조율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일부 기관의 반대 목소리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센 공매도 제도 허용 문제 등도 정리해야 한다.
김대환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과 관련한 공약을 보면 어떻게 편입시키겠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아서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가"라면서 "MSCI의 여러 요구 조건들을 들어주면서까지 우리가 지수에 들어가야 하느냐, 포기하는 게 맞느냐를 두고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예컨대 MSCI에서 한국을 편입하지 않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외환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과거 외환위기에서 트라우마가 생겨서 쉽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후보는 여론의 반발이 예상되는 이슈나 대안‧조정이 필요한 부문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최근 증권시장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산 '쪼개기 상장' 문제에 대해선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으로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겠다"고만 했다.
강력한 규제카드 꺼내며 "규제프리" 약속
아울러 금융투자업계에선 이 후보가 반(反)시장 시각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 후보는 "우리 주식시장은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거래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 비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핵심 리스크인 지정학적, 정치적 리스크는 빼놓고 무엇을 말하는 건가.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도 않고,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키워드만 찾아서 집어넣은 것"이라며 "수박 겉핥기도 아니고, 종합과일 선물세트 뜯어서 겉핥기를 한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가 강력한 시장규제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창의와 혁신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하겠다", "대한민국을 기업하기 좋은 규제 프리국가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한상 교수는 "이 후보의 경제 공약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자유를 기조로 하는 시장경제를 할 것인지 세금을 왕창 걷어 운전 프로그램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그림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후보는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잘하겠다는 좋은 말들만 공약에 늘어놓았다"며 "지난 2017년에만 해도 재벌해체를 말하던 사람인데 이제와 재벌들과 토론을 한다. 말을 믿을 수 없는 후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