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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공정위 해운담합 제재에 “비상식적, 받아들이기 어려워”


입력 2022.01.25 06:01 수정 2022.01.25 02:25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부처 입장차이서 기인, 운임합의는 45년간 공동행위”

화주피해 증가·외교마찰·해운 경쟁력 약화 등 우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동남아 항로 해운사 운임담합 사건에 대해 과징금을 962억원 부과한 것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던 해양수산부가 관련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수출 전진기지 부산항 새해 첫 출항하는 HMM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해수부 관계자는 일단 공정위의 해운사 담합 결정에 대해 “유감이며,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국내외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던 공동행위를 정부나 화주단체의 요청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신고했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며, 비상식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부처 간 싸움처럼 비춰질까봐 그간 별도의 의견을 내지 않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밝히겠다는 의미에서 그간 공정위 전원위원회에서 밝혔던 내용들을 재차 설명했다.


이번 해운업 공동행위에 대한 사안은 해운법상 공동행위의 신고 범위 등에 대한 관계부처 간 입장차이에서 기인한 문제로, 해수부에서는 그간 포괄적인 공동행위(RR) 신고에 대해 문제없이 승인해왔기에 선사들은 적법행위로 인식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화주 측에서도 그간의 협의과정에 대해 이의가 없었으며, 해운법상 공동행위의 사전협의 대상인 무역협회 측도 실질협의가 부족하긴 했지만 해운법상의 요건은 갖췄다고 인정했다.


지난 45년간 해운 공동행위는 해운법에 따라 특별히 문제없이 운영돼왔으며 제재 또한 없었고, 국내외 선사들이 타 아시아 국가에서도 공동행위로 제재를 받았던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기 컨테이너선 공동행위는 시장 규모가 공급과잉으로 운임이 선사가 아닌 화주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이며, 운송료를 인하하고 중소선사들을 보호, 독과점을 방지하는 일종의 수단으로 1978년 해운법상 공동행위는 허용된 이후 예외적으로 존치돼왔다는 설명이다.


그간 공동행위는 운임 인상방식이 RR(운임 인상의 최대폭)과 AMR(항로별 최저운임)으로 설정된 내용을 RR의 범위 내에서만 신고해왔다. 모든 항로에 대한 모든 선사에게 일률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을 협의하는 것이 불가능해 전체적인 상승폭만 설정하는 신고체제에 따른 것이다.


그나마 동남아 항로에서는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정도가 RR에 대해 신고하고 있고,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인도, 러시아 등 여타 다른 국가들은 신고절차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이번 사태로 공정위의 제재조치가 이행될 경우 결국 해운업계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크다.


앞서 2008년 EU의 운임 공동행위 폐지는 유럽계 선사들의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에서 행해졌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동행위가 폐지될 경우, 외국계 대형선사 위주의 과점화가 심화돼 운임 인상 등 화주의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공정위 조사로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한 외국적선사들의 한국에서의 영업 축소도 예측된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국적선사들은 국내 수출물량 운송을 확대하고 있지만 외국적 선사들은 감소추세를 나타냈다. 특히 화물량이 많은 미주항로는 격차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자칫 코리아 패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한 해외 연쇄 제재로 인한 외교 마찰 우려도 제기됐다. 전 세계로 서비스하는 해운업의 특성상 한 국가에서 불공정 행위로 제재된다면 관련 국가의 연쇄 제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중항로의 경우 1993년부터 양국 간 회담을 통해 컨테이너선 운영을 결정하는 특별관리항로로 운영 중인데,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양국 간 해운협정을 형해화하는 것이 돼, 중국 정부의 외교적 반발과 한중 해운협정 파기 등을 부를 수가 있다.


한중항로의 해운협정이 파기되면 규모와 선사 숫자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 선사들이 항중항로를 대부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아시아 역내 해운 네트워크 상실로 외국계 선사 주도의 치킨게임이 심화되고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항의 환적기능 상실, 수출입 물류 경쟁력 약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해수부는 “국가 기간산업에 회복이 불가능한 제재를 부과하기보다는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제도를 보완해 원만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한∼동남아 항로에 이어 한∼중 및 한∼일 항로에서의 운임 담합 건도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추가제재에 나설 경우 또 다른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해수부는 이미 제재 수준이 결론 난 한∼동남아 담합과 관련해서는 선사들의 행정소송 구제절차를 지원할 예정이며, 현재 국회 농해수위에 계류된 기존 해운법 개정안을 재추진해 공정위의 추가제재에 대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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