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달부터 한달에 한번 배달 수수료 현황 공개…실효성 의문
현장선 "라이더 공급 부족이 주 원인…근본적인 대책 마련 절실"
정부가 배달 수수료 공시제를 도입해 최근 급등하고 있는 배달비를 잡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배달업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다.
배달비 상승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내달부터 한 달에 한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배달 수수료 현황을 공개한다.
배달앱 간 배달비 공시로 가격 경쟁을 유도해 배달비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소비자단체협의회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이 챙기는 배달 수수료를 소비자가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배달 거리별 수수료 정보와 최소 주문액 등 주문 방식 차이에 따른 금액도 함께 표시한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21일 서울 YWCA 회관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최근 급격히 상승한 배달수수료는 외식물가 상승의 주요 이유 중 하나”라며 “우선 서울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향후 추진 성과를 봐가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배달비 공시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배달앱을 통해 소비자가 주문을 할 때 배달비가 얼마인지 공개되고 있는데다 거리, 시간대, 날씨 등에 따라 배달료 편차가 발생할 수 있어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배달비 급등의 근본적 원인은 라이더(배달 기사) 공급 부족이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배달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라이더(배달 기사) 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1월 배달음식 주문 거래액은 20조71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6조426억원) 대비 26.1% 증가했다.
작년 상반기 기준 전업 라이더 수는 42만3000명 수준이다.
특히 한 집에 한 건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 경쟁 과열 현상이 배달비 인상을 더 부추겼다.
단건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라이더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배민, 쿠팡이츠 등은 배달원을 끌어모으기 위해 과도한 프로모션에 나섰다.
배달대행업체들도 라이더 이탈을 막기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본 배달료를 500~1000원 일괄 올렸다. 거리나 날씨 등에 따라 할증이 붙으면 1만원을 넘는 곳도 있다.
여기에 라이더들의 고용보험 도입도 배달비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작년 7월에는 산재보험이, 올 1월부터는 고용보험이 의무화됐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비 공개로 인해 음식점들 간 경쟁이 발생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다”며 “배달비가 오르는 이유는 라이더 수가 배달 수요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인데 공시를 한다고 해서 배달비 상승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업계, 자영업자 등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적정한 배달비는 얼마인지, 공급 부족 해소 방안은 무엇인지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