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현장조사 ‘양호’, 파업 명분 유명무실
사태 길어질수록 일감 떨어지고 노-노 갈등도 심화
CJ대한통운 택배노조의 파업이 한 달을 넘어 본격적인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당초 우려했던 설 배송 대란은 없었지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파업사태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노조 파업으로 일감이 줄면서 생계를 위협받는 대리점과 비노조 택배기사들의 불만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번 파업은 앞서 진행됐던 택배노조 파업과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그동안은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명절 시즌을 겨냥한 파업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노조의 요구를 관철시켰지만 올해는 파업 참여 인원이 적다보니 전반적으로 큰 무리 없이 명절 시즌을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파업에 참여한 택배기사는 1600여명으로, 이는 CJ대한통운 전체 택배기사 2만3000여명 중 7% 수준이다.
설 명절을 대비해 사측이 파업 인원과 비슷한 규모의 1700명을 추가 투입하고 예년에 비해 택배물량이 감소하면서 우려했던 택배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과거와 달리 파업 명분이 약한 것도 차이점이다.
과거에는 택배기사의 과로사를 막기 위한 것이란 대의명분이 있었다면, 이번 파업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달 국토교통부의 현장 조사 결과, 사회적 합의가 양호하게 이행되고 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사실상 명분도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정부는 택배 파업에 대해 노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지만 현장 점검을 통해 사실상 사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는 여론과 경제계, 택배 대리점연합, 비노조 택배기사들까지 나서서 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고, 최근에는 개인사업자 신분인 택배기사들의 쟁의권을 박탈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하면서 사실상 파업 동력이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는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노조는 돌아갈 명분을 찾기 힘들어진다. 명절, 연말 등 대목마다 반복되는 파업으로 배송을 맡기는 화주들도 떠나갈 것이고 소비자들의 신뢰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
물량을 배송하는 만큼 수입을 가져가는 개인사업자 신분인 만큼 일감이 줄어들면 수익도 감소하게 된다.
파업이 반복될수록 반목하게 되는 택배 구성원 간 갈등도 문제다.
이미 파업 참여 인원보다 많은 수의 비노조 택배기사들이 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노조가 정상적인 배송을 방해하고 비노조 기사들에 대한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정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이들에 대한 여론도 한층 싸늘하게 식었다.
노조의 최대 압박 수단이었던 설은 이미 지났다. 명분도 동력도 사라진 파업은 택배기사들의 수입 감소와 노-노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파업 중단 명분도 찾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