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고수하던 安, 단일화 제안
국민의힘, '경선' 방식 단호하게 거절
곧바로 팽팽한 수싸움 국면으로
'양강구도' 속 安 선택지 많지 않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3일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정치권 안팎의 단일화 전망에도 '대선 완주' 입장을 고수하던 안 후보가 결국 먼저 국민의힘 측에 손을 내민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유튜브 생중계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교체와 구체제 종식, 국민 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차기 정부의 국정 비전과 혁신 과제를 국민 앞에 공동 발표하고, 이행할 것을 약속한 후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정하자"며 "누가 미래를 이끌 적임자일지는 오롯이 국민에게 맡기면 경선이 복잡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양당이 합의한 방식과 문안을 따르자고 했다. 그는 "상식에 기반해서 지난 서울시장 보선에서 양당이 합의했던 기존 방식을 존중하면 윤 후보님 말대로 짧은 시간 안에 매듭지을 수 있다"며 "제 제안에 대한 윤 후보님의 진정성 있는 화답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동안 완주 의사를 꾸준히 밝혀 오다 전격적으로 단일화를 제안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제가 완주한다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집요하게 단일화 꼬리만 붙이려고 하니 차라리 선제적으로 제안해 국민의 판단과 평가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제 길을 굳건히 가는 것이 안철수의 이름으로 정권교체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2021년 4월 7일 (재보선에서) 정권교체 교두보를 만들기 위해 함께 싸워 이겼듯이 3월 9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함께 손잡고 승리하자"며 "이제 선택은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측에 단일화를 먼저 제안하면서 협상의 공을 국민의힘 측으로 넘기는 동시에, 협상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워지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담판짓기'식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던 국민의힘 측에서는 안 후보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하면서, 단일화 협상은 곧바로 팽팽한 수싸움 국면으로 들어갔다.
윤 후보는 이날 안 후보의 제안을 부드럽지만 분명하게 거절했다. 그는 이날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안 후보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고민해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다.
그는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세한 답변은 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안 후보가 제안한 '국민 경선 여론조사 방식'을 지적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국민경선'이라 지칭해 제안한 방식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며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큰 상태에서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농간에 넘어가 야권 분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안철수 후보의 결단에 따른 포기와 윤석열 후보로의 지지 선언이 아닌 이상, 단일화 시너지가 날 리 없다"며 "사전투표일까지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단일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안 후보가 먼저 제안을 한 만큼, 국민의힘 역시 단일화 성사를 위한 물밑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측에서 안 후보에게 새 정부 초대 총리나 공동 정부 수립 등을 제안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가 아닌 안 후보 자진사퇴 방식의 단일화를 하기 위해선, 국민의힘 측에서 안 후보에게 충분한 사퇴 명분을 확보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선거 막판 지지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마의 지지율'이라고 불리는 15%를 돌파하는 등 존재감을 키운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의 뚜렷한 양강 구도가 이어질 경우 먼저 단일화를 제안한 안 후보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국민의힘이 안 후보에 선택지를 제시하고, 안 후보가 선택하는 방식의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선 방식의 단일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논의 과정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당초의 구상은 물건너갔으나, 경선 방식으로 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택은 오롯이 안 후보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두 후보측이 이날 각자 후보 등록을 마친 만큼, 다가오는 다음 단일화 시효는 투표용지 인쇄일인 28일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만약 이 날짜까지 넘길 경우 최종 단일화 데드라인은 사전 투표일(4~5일) 직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