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예바 금지약물복용에 "만 15세 선수 혼자 저지를 수 없어"
도핑 파문에 IOC 위원, 피겨 레전드들 합리적 의심 제기
‘피겨 천재’ ‘신기록 제조기’로 불려온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도핑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주변 '어른들'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15일(한국시각)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위원회의 데니스 오스발트 종신위원장은 “발리예바가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청문회에서 (발리예바의)할아버지가 복용하는 약물이 섞여서 (소변 샘플이)오염됐다는 취지의 항변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채집한 발리예바 소변 샘플에서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2014년 금지약물로 지정한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그러나 CAS의 결정으로 도핑금지 위반 사실이 적발되고도 제재 없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개인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피겨퀸’ 김연아를 비롯해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이 같은 결정에 강력 반발했지만 예외조항에 따라 발리예바는 15일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1위(82.16점)에 올랐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출전권이 박탈되지만, 빌라예바는 예외조항에 포함됐다. 만 16세 이하의 미성년자로 반도핑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 발리예바는 2006년 4월26일 출생자다.
IOC는 공정성과 올림픽 정신을 거론하며 다시 한 번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IOC는 15일 “발리예바가 메달을 획득해도 시상식에 오를 수 없다. 대회가 끝나더라도 끝까지 금지약물복용에 대한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성년 선수의 도핑 양성 반응이라는 보기 드문 사례를 놓고 오스발트 위원장은 "만 15세 선수가 혼자서 이런 잘못을 저지를 수는 없다"며 발리예바에게 금지약물을 제공한 '어른'이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했다.
동계올림픽 피겨 싱글 2연패에 빛나는 ‘레전드’ 카타리나 비트(독일)도 "(발리예바 도핑 파문에)책임 있는 어른들은 모두 영원히 스포츠계에서 추방해야 한다"며 발리예바 주변 코치와 의료진을 겨냥했다. AP통신은 “WADA는 발리예바를 둘러싼 투트베리제 코치와 관계자들을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ROC는 지난 7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발리예바의 맹활약(쇼트프로그램 90.18점, 프리스케이팅 178.92점) 덕에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공식 시상식은 연기된 상태다. 메달 인정 여부도 추후 논의를 통해 확정된다.
참고로 러시아 선수들이 러시아 국기가 아닌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이유는 도핑 파문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4 소치올림픽 당시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에 연루돼 징계를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CAS는 러시아에 2022년 12월까지 올림픽,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등 국제 대회에서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없다는 징계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