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한유섬 연봉, 1.8억에서 1233.3% 오른 24억원
FA 선수들의 경우 과한 계약금으로 몸값 거품 현상 발생
KBO(한국야구위원회)가 21일, 2022시즌 KBO리그 10개 구단 선수단 연봉을 종합해 발표했다.
신인과 외국인선수를 제외한 10개 구단 소속선수 527명의 평균 연봉은 역대 최고액인 1억 525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KBO는 리그를 대표하는 핵심 선수들의 FA계약 및 비FA 선수들의 다년 계약 때문으로 분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대 최고 인상률을 기록한 SSG 한유섬이다. 한유섬은 지난해 1억 8000만원이었던 연봉이 10배가 훌쩍 넘는 24억원 연봉으로 치솟으며 1233.3%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종전 최고 인상률이 2020년 SK 하재훈의 455.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이 떡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한유섬은 2019년 NC 양의지가 기록한 역대 최고 인상액(14억원)도 가볍게 뛰어 넘었다.
한유섬의 연봉이 수직상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FA 자격 획득 전, 소속팀 SSG와 다년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5년 총액 60억원(연봉 56억원, 옵션 4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계약 총액은 60억원인데 수령 연봉이 100억대 선수들과 버금가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이와 같은 금액이 나올 수 있었을까. 비결은 바로 계약금에 있다.
먼저 SSG는 곧 시행될 샐러리캡 제도를 대비해 한유섬에게 계약 첫 해 과한 비중의 연봉을 실어줬다. 즉, 한유섬 입장에서는 수령 총 연봉 56억원의 평균인 약 11억원이 아니라 절반에 가까운 액수를 첫해에 받고 이듬해부터 크게 줄어든 연봉을 받을 전망이다.
눈 여겨 봐야할 점은 한유섬의 계약을 통해 드러난 FA 선수들의 과도한 계약금이다.
KBO리그에서 거액의 FA 계약을 체결하는 선수들의 대부분은 천문학적인 계약금을 손에 넣는다.
이번 겨울 역대 최고액 타이를 기록한 KIA 나성범(6년 150억원)을 예로 들면 계약 총액 40%에 해당하는 60억원을 계약금으로 받았다.
심지어 2015년 삼성에서 잔류했던 윤성환(4년 80억원)은 계약금이 전체 액수의 절반이 넘는 48억 원에 달했고, 이로 인해 평균 연봉 규모를 8억 원으로 낮출 수 있었다. 연평균 액수가 20억 원에서 무려 12억 원이나 줄어든 셈이다.
이와 같은 과도한 계약금이 발생한 이유는 역시나 선수단 몸값을 줄이기 위해서다. KBO리그는 2010년대 초반 FA 거품 현상이 발생했고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선수들이 보장 연봉을 과도하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구단들 역시 발표 연봉을 낮추기 위해 실제 지급 액수의 대부분을 계약금으로 몰아주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역대 최고액 계약이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의 12년간 4억 2650만 달러다. 하지만 트라웃의 계약금(사이닝 보너스)은 4.7%인 2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장기 계약은 부상과 부진이라는 불확실성을 담고 있어 구단 입장에서는 손실의 최소화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KBO리그는 이와 같은 변수를 배제한 채 특급 선수들에게 과한 계약금을 실어줬고 지금의 FA 거품 현상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