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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세종대왕 동상 올라갈 건가"…도 넘은 택배노조 '이순신 동상' 기습시위


입력 2022.02.23 15:31 수정 2022.02.23 22:32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동상 밟고 올라가 거북선 옆에서 시위…곤지암 택배터미널서도 기습시위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노사정 합의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실력 행사…여론 냉담

시민들 "이순신 동상 위에 올라가는 사람 처음 봐…민주노총이면 민주주의적으로 시위 해야"

전문가들 "행정법원의 판단 기다리는 것도 방법…교섭권 문제 해결 못하면 계속 반복될 것"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순신 장군 동상 위에서 CJ대한통운에 대화를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뉴시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택배노조) 노동자들이 이순신 장군 동상에 올라가 기습 시위를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언제까지 이런 시위를 참아야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사 간 협의를 통해 특수고용직(특고직) 종사자들에게 맞는 교섭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노사 양측 간 극단적인 충돌 보다는 행정법원의 판단을 일단 기다려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22일 오후 3시께 택배노조원 2명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기단부에 올라 '더이상 죽이지 말라! CJ대한통운은 지금 당장 대화에 나서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기습시위를 전개했다. 이들은 동상에 올라가 거북선 양 옆에 서서 시위를 펼쳤고, 또 다른 2명의 노조원은 아래쪽 동상 앞에서 구호를 외쳤다. 이들 4명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앞서 22일 오전 7시쯤에도 택배노조원 120여명이 경기도 광주의 CJ대한통운 곤지암 택배터미널 진입을 시도했다. 집회신고를 한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진·출입로를 막고 기습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해 택배 운송 화물차 170여 대가 2시간가량 발이 묶여 터미널 밖으로 나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노조가 이같은 기습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노사정이 체결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측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지난 10일부터 CJ대한통운 본사 1층과 3층을 기습 점거해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고, 21일에야 3층 점거농성을 해제했다.


하지만 택배노조의 투쟁을 바라보는 일부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살면서 광화문 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위에 올라간 사람은 처음 봤다"며 "민주노총이면 민주주의적으로 시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도라는 것이 있는데 선을 안 지키면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이모(32)씨도 "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올라가는 건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기 어렵다"며 "이순신 장군이 이런 나라 모습을 보려고 나라를 지키신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노조 말을 들어주는 선례가 생기면 다음번엔 세종대왕 동상에도 올라갈까 무섭다"고 비판했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순신동상 위에서 CJ대한통운에 대화를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뉴시스

전국 비노조 택배기사연합(비노조 연합)도 택배노조의 파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슬기 비노조 연합 대표는 21일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말로는 평화와 대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불법과 폭력을 일으키는 것이 택배노조의 본색"이라고 비난하고 "더는 택배노조를 응원해주는 국민도 없으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택배노조 파업의 정당성에 대해 경찰이나 고용노동부에서 말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 없는 파업이라고 마침표를 찍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쪽에선 더 이상 과로사로 인한 죽음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선 적법한 절차나 방법, 수단을 강구해 노동쟁의 행위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는데, 업무방해죄 업무정지 가처분과 관련한 행정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기사는 대리점주와 계약을 해 현행법상으로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의 교섭대상이 아닌데, 노조가 교섭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교섭권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CJ대한통운 측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택배노조원들은 실력 행사의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상황이 반복된다. 이것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실력 행사의 과정에서 의도와 다르게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불편하다' '노조들 또 왜 그러냐'는 문제의 화살이 노조에게 날라오고, 노조는 균형이 맞지 않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로 내몰린다. 앞으로 이 직종 종사자가 늘어나고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제도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끝없이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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