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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임신부 다녀간 병원서 분만 싫어요"…병원명 공개 꺼리는 병원들


입력 2022.02.27 06:50 수정 2022.02.27 12:59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병원, 확진 임신부 분만시 일반 임신부들이 방문 꺼려해 병원명 공개 거부

일반 임신부 "아이 면역력에 영향줄까봐 우려돼 가지 않을 것"

"길거리·보건소 출산 더 이상 안 돼…확진자 다녀간 병원도 방역만 잘 되면 문제없을 것"

의사 "일반 병원서 분만해 의료진 감염되면 병원 업무·운영 차질…정부 음압시설 지원해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종합암예방접종센터에서 열린 백신 접종 모의 훈련에서 의료진들이 접종을 마친후 이상반응을 보인 참가자를 응급처치 후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연일 최다 확진자수를 기록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 확진 임신부가 분만병상을 찾지 못해 구급차나 보건소에서 출산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길거리 출산을 막기 위해 200개의 확진 임신부용 분만 병상을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병상이 마련된 병원들은 일반 임신부들이 방문을 꺼려한다는 이유로 병원명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18일 경북 구미시에선 확진판정을 받은 임신부가 분만할 병원을 못 찾고 보건소에서 출산하는 일이 있었다. 구미시에는 확진된 임신부가 이용할 수 있는 분만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5일에는 광주에서 분만을 받아주는 병원을 못 찾은 확진 임신부가 결국 구급차에서 아이를 낳는 일이 있었다.


이 같은 확진 임신부의 길거리 출산이 잇따르자 정부는 확진 임신부용 분만병상을 이달 내 200개로 늘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병원들은 병원명이 공개되면 확진 산모가 다녀간 것을 알게 된 일반 산모들이 병원 방문을 꺼려한다는 이유로 병원 공개를 반대하고 있다. 현재 확보된 82개 분만 병상은 수도권(강원 포함) 54개, 충청권 3개, 호남권 3개, 영남권 21개, 제주권 1개 등인데 정부는 "의료기관들의 요청 등으로 개별 명칭은 알려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임신부들은 확진자와의 접촉을 두려워하고 있다. 38주차 임신부 엄모(34)씨는 "산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아이다. 아이의 면역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다 보니 걱정하는 것"이라며 "만약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이라고 하면 아무리 동선을 잘 구분하고 관리한다고 해도 병원을 옮기고 싶고 걱정될 것"이라고 고백했다. 엄씨는 "저출산 시대인 만큼 확진 산모와 일반 산모 모두에게 안전한 대처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다음 달 출산을 앞둔 임신부 A씨는 "부작용 우려 때문에 백신도 안 맞은 상황인데 병원이 확진 산모를 받았다면 당연히 불안해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확진 산모가 출산할 병원을 찾아 헤매는 것도 위험하다"며 "출산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다. 정부가 병상을 따로 더 마련해서 급하게 진통이 오면 바로 분만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길거리 출산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 병원에서 낳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34주차 임신부 B씨는 "길거리 출산은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세균 감염 등의 위험이 있어 위험하다"며 "17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200개 병상 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햇다. 그는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이어도 방역만 잘 되면 문제없을 것 같다"며 "병원 선택지가 적다면 어쩔 수 없다. 길에서 낳지 않게 확진자여도 일반 병원에서 낳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였다.


지난 3일 강남구 역삼동 하나이비인후과병원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의료진이 재택치료자들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은 일반 병원에서 분만해 의료진 감염이 발생하면 병원 업무에도 차질이 생겨 병원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정부의 음압시설 지원 등을 촉구했다.


나성훈 강원대 산부인과 교수는 "확진 산모의 분만은 모든 의료진이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들어가야 해 일반 산모의 분만에 비해 3~4배의 시간이 걸린다"며 "동선까지 차단해야 의료진과 다른 환자의 감염을 막을 수 있어 결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나 교수는 특히 "확진자 분만병원인 게 알려지면 일반 산모들의 발길이 끊길 것"이라며 "코로나가 끝나고도 병원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현실적으로 코로나19 전담 병원에 자신이 돌보던 임산부가 이송되는 경우 음압시설을 구비하고 음압병실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코로나 확진 임신부의 출산을 받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김 회장은 "때문에 구급차에서 분만을 하거나 보건소에서 분만을 하는 것보다 자신이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분만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음압시설을 신청하는 분만 병원에 시설 지원 등 명확한 지원을 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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