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발언 논란에 '자중 요구' 나와
안철수 향한 조롱성 발언이 '도화선'
일각서 尹·李 갈등 재현 우려 제기
"확전 자제·대선 집중해야" 목소리
3·9 대선의 향방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접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막판 최대 변수로 평가되는 단일화를 둘러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 논란이 이어져 당 안팎에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급기야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이 공개적으로 자제를 촉구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자칫 더 큰 내홍으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회의에서 권영세 본부장은 이례적으로 당대표를 향해 자중을 요구하는 공개 발언을 던졌다.
권 본부장은 "단일화를 둘러싸고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었다.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뜻을 최우선으로 해 더 이상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조심해야 할 때"라며 "당대표를 비롯해 우리 모두 사감이나 사익은 뒤로 하고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앞세워야 할 때라는 것을 모두가 명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윤석열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간의 단일화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필요 이상의 수위 높은 발언을 던졌던 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사감' 및 '사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미뤄볼 때 이 대표의 발언들이 냉정한 정치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안 대표를 향한 개인적 반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공공연하게 알려진 대로, 이 대표는 과거부터 줄곧 안 후보의 정치 행보에 혹평을 보내며 껄끄러운 관계를 드러낸 바 있다.
정치권에선 대선 전 야권 단일화가 결국 무산된다면 이준석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단일화는 대선 후보 소관'이라는 취지로 얘기하면서 그 상대방인 안 후보에게 조롱성 발언을 일삼는 건 일종의 '훼방'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첨예한 기싸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이런 감정적 공격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 언급했다.
안철수와 단일화, 이번 주말이 분수령
윤석열 결단·행보에 정치권 이목 집중
당 일각에선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선을 불과 2주 앞둔 상황에서 자칫 이 대표와 윤 후보 측의 갈등 양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대표가 이날 오후 2시 예정돼 있던 윤 후보의 수원 집중 유세 참석을 행사 시작 직전 취소한 데 대해 여러 해석이 제기된 것도 이러한 우려가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이 대표 측은 교통정체로 인해 수원 유세 뒤에 예정돼 있던 안성 유세 현장으로 이동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을 내놨지만 같은 날 오전 있었던 권영세 본부장의 경고가 이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 직접적 원인 아니겠냐는 추측이 뒤따랐다.
당 안팎에서는 더 이상의 확전을 자제하고 눈 앞에 다가온 대선 행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단일화는 이제 당사자들인 윤 후보와 안 후보의 결단에 맡기고, 당대표를 비롯한 구성원 모두는 서로를 향한 비판보다는 원팀 정신으로 대의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권 본부장의 발언 이외에 윤 후보 측에서 이 대표의 최근 행보를 문제 삼는 공식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캠프 내부적으로도 일을 더 크게 키울 필요가 없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이번 주말이 마지막 분수령으로 평가되는 단일화 문제에 있어 윤 후보가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에 관심이 모인다. 후보 간 담판으로 단일화를 성사시키고, 이 대표와도 '원팀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지지율 도약을 이뤄냄으로서 개인의 정치적 리더십을 굳게 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터진 리스크가 있다면 누가 뭐라 해도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해 슬기롭게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며 "당장의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순리대로 풀어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