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구단과 선수노조 합의점 도출하지 못하고 여전히 평행선
구단 사치세, 보너스 풀 등 핵심쟁점은 모두 돈과 얽히고설킨 문제
과거 암흑기 불러왔던 ‘부자들의 탐욕전’ 지켜보는 야구팬들 불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파행은 겨우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한국시각) 노사단체협약(CBA) 개정을 두고 대립 중인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선수노조(MLBPA)가 락다운(직장폐쇄) 이후 4시간에 이르는 가장 긴 협상을 가졌지만 서로의 큰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최저연봉 인상, 보너스 풀, 서비스 타임, 구단 사치세 등. 메이저리그 구단과 선수노조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돈으로 얽히고설킨 문제들이다. 더 달라는 선수 측과 덜 주려는 구단주 측의 차이는 크다.
양 측이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FA 계약, 트레이드 등 모든 행정 업무가 멈춘 상태다. 당초 17일 시작하려던 스프링캠프는 무기한 연기됐다. 3월 1일까지 새로운 노사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예정됐던 4월1일 개막은 어렵다.
개막이 연기돼 시즌이 단축되면 선수들의 연봉도 증발한다. 오는 4월 1일 정상 개막하지 못할 경우,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하루에 총 2050만 달러(약 244억 원) 이상의 연봉을 잃는다. 지난해 MLB 총연봉 38억 달러(약 4조5300억 원)를 정규시즌 경기가 열린 186일로 나눠 계산한 값이다.
슈퍼스타들이 입을 손실은 막대하다. 3년 1억3000만 달러에 뉴욕 메츠와 계약한 맥스 슈어저는 셔저(38)는 일정이 하루 줄어들 때마다 23만2975달러(약 2억7000만 원)의 손해를 입는다. 류현진(35·토론토)도 하루 10만7527달러(약 1억2800만 원)의 손해를 피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구단주들 또한 정규시즌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면 입는 피해가 크다.
시범경기 연기에 이어 정규리그 개막일까지 볼모로 삼고 ‘억만장자’ 구단주와 ‘백만장자’ 선수들이 돈을 놓고 벌이는 싸움을 지켜보는 팬들은 매우 불편하다. 고액 연봉자들과 거대 구단들의 머니 싸움 앞에서 그동안 돈을 지불하고 야구를 봐왔던 팬들은 무기력과 박탈감마저 느낀다. 실망한 일부 팬들은 언론사에 ‘합의 촉구’ 내용을 담은 글까지 게재했다.
팬들이 돌아서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미 몇 차례 역사에서도 드러난다.
메이저리그는 1994~1995년 선수단의 파업으로 월드시리즈마저 치르지 못했다. 전쟁 중에도 열렸던 월드시리즈가 탐욕에 찌든 구단주들과 선수노조의 이해관계에 밀려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1995시즌 개막이 뒤로 밀리면서 144경기 체제가 됐다. 각팀마다 관중 감소세는 뚜렷하게 나타났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관중 감소세에 발을 동동 구르며 대책 강구에 나섰다. 이후 팬들을 다시 불러들이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불해야했다.
2003년 이후 최저 관중(코로나19 팬데믹 전)을 기록했던 2018시즌 종반, 당시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우리는 팬들에게 원하는 것을 선사해야 한다. 우리가 팬들의 등을 돌리게 만든 것”이라며 관중 감소의 원인은 다른데서 찾지 말고 리그 운영 주체들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젊은 MZ세대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각종 통계에서 드러나고 있다. 떨어지는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야구 특유의 맛까지 걷어내는 새로운 규정(자동 고의사구 등)까지 신설해 팬들을 모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고, 어느 정도의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작금의 행태는 과거 부자들의 탐욕전으로 인한 암흑기를 떠오르게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대사 하나도 들려온다. ‘이러다 다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