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서 사내이사 재선임…안동일 2기 출범
‘친환경 철강사’ 목표로 전동화 소재 대응 강화·탄소중립 기반 구축 등 제시
연초 잇따른 근로자 사망사고에…안전 문제 필사적 점검 필요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이 23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친환경 철강 기업 정체성 구축’에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연초 근로자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만큼 안전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현대제철은 이날 인천 중구 베스트웨스턴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동일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안 사장은 주총 후 열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임명될 예정이며 오는 2025년 3월까지 3년 더 현대제철을 이끌게 된다.
안 사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연간 최대 손익을 기록하며 경영실적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안 사장은 수익성 중심 철강사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핵심사업 중심으로의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했다. 단조사업 분리, 박판열연 및 컬러강판 설비의 가동 중단, STS 냉연사업 일원화 등 굵직한 구조개편을 진행했고, 자동차 강판·조선용 후판·고강도 철근 등 고수익 제품 판매 확대 전략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성공했다.
조직구조는 제조·판매·재무·구매·영업·마케팅 등으로 구분한 직능부제에서 고로·전기로·모빌리티소재사업 등 3개 주요 사업본부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부제’를 도입했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의사결정 구조 단순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체제를 만든 것이다.
두 번째 임기를 맞은 안 사장은 '규모의 성장'을 지향해왔던 관성에서 벗어나 올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라는 기업 정체성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미래 전동화 관련 소재 대응 강화 ▲탄소중립 기반 구축 ▲국내외 사업거점 특화 등의 3가지 전략 방향을 내놨다.
안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탄소중립과 무역장벽으로 촉발된 공급망 체계의 변화는 모든 산업군에 있어 원료공급부터 제품생산, 수요시장, 그리고 물류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사업지형을 바꿔가고 있다"며 "국내외 최적의 사업거점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를 시장 상황에 맞춰 특화함으로써 변화의 시대에 부합하는 활로를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환 및 수소생태계 확대 전략에 따라 전기차용 강판과 수소분리막 등 신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은 전기차 플랫폼 자체성능 강화를 위한 1.8GPa(기가파스칼)급 프리미엄 핫스탬핑강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탄소 중립 기반 구축을 위한 저탄소 원료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현대제철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광산업체 중 하나인 브라질 발레(Vale)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대응 및 저탄소 원료 개발 등 저탄소 원료 개발 등 상호 협력방안 모색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중대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연초 잇달아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현대제철은 이달 2일과 5일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지난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현대제철은 안동일 사장 공백이라는 큰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도 있는 상황이다.
한편 현대제철은 지난해 안전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책임자를 상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 고로사업본부장이 사실상 최고안전책임자(CSO) 역할을 하도록 조직체계를 변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