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검찰, 경찰…권력 기관들 속속 투항하는 것 보라
尹, 패자는 모든 걸 잃었으니 ‘최후의 발악’ 너그럽게 봐줘야
반대 위한 반대, 발목 잡기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맞서면 돼
공정과 상식으로 인사, 정책 펴면 여론은 윤석열 편이다
감사원의 입장 표명은 권력 교체기 공무원들의 ‘조용하지만 지축을 흔드는 변화’가 얼마나 유장(悠長)하고 격동(激動)하는 것인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조그만 보트에 매달려 있는 신세이면서도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부리는 구(舊)권력을 간단히 뒤집어 엎는 기세다. 나가는 대통령 문재인은 그 보트의 선장이다. 그의 호각과 메가폰은 시시각각 권위를 잃고 파도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게 될 것이다.
감사원은 대통령 당선자 윤석열 인수위 업무 보고서에 이렇게 적었다. 윤석열도 문재인도 언론도 예상하지 못한 의견이었지만, 이것은 사실 상식이었다. 엄정 중립이 요구되는 국가 중요 기관의 자세로도 그렇고 구(舊)권력보다는 신(新)권력에 눈과 귀를 맞추는 그들의 생존 본능으로도 그렇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법무부 장관 박범계는 곧 떨어질 목숨이란 걸 잊었는지, 그의 주군처럼 인정하지 않고 싶어서였는지, 당선자 핵심 공약인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 지휘권 폐지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무모한 대선 불복이다.
그러나 김오수의 대검은 이 지휘권 폐지를 포함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윤석열 공약에 대부분 쌍수를 들어 환영하면서 조국이 장관 때 자기 부부의 검찰 출두를 위해 만든 셀프 규정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하는 한술을 더 떴다. 문재인이 임명한 호남 출신 검찰총장이 반기를 들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들 조직과 국가를 위해 더 좋은, 새 대통령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투항했다는 게 중요한 사실이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처신이다.
경찰은 또 어떤가? 이 조직이야말로 권력의 변화에 그림자처럼 변신해왔던 게 지난날의 모습이다. 이번에도 그 그림자의 움직임이 잡힌다. 업무보고 전 민주당 의원들이 그 내용을 넘기도록 요구했다는 ‘공익 제보’는 경찰 아니면 나올 곳이 없다.
자, 수하(手下)의 권력 기관들이 새 대통령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데, 물러가는 대통령이 ‘아직 주인은 나’라며 이 사람 저 사람 심어 놓고 가려 했다. 그렇게 심겨진 사람인들 몸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튼 사람들 사이에서 문재인이 의도한 역할을 4년간 해낼 수 있다고 그가 생각했다면, 대단히 순진하고 어리석다.
세상은 지금 SNS에 의해 모든 의견과 비밀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자신과 패거리 보호를 위해 남겨 놓은 ‘첩자’가 사면초가로 위축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는 눈칫밥 먹으면서 임기를 겨우 채우거나 도중에 사표내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
월성 원전 폐쇄, 태양광 사업, 청와대 특활비, 울산 선거 공작 등 586 운동권 정권 비리(신적폐) 감사, 수사는 문재인이 퇴임 전에 수를 써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게 돼 있다. 그것은 정치 보복이 아니고 이미 대략 드러난 혐의를 더 자세하고 확실하게 밝히는, 법과 시스템에 의한 절차일 뿐이다.
윤석열이 대선 불복을 두려워해 이 작업을 회피하거나 미룬다면 비겁한 사람이 되고 거짓말쟁이가 되고 말 것이다. 그는 공정과 정의, 상식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대선에 나섰고, 국민들 다수는 그런 그에게 표를 줘 당선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인사 알박기와 임기 내내 전혀 안 불렀던 안보 타령으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반대하는 문재인의 땡깡 부리기를 허허 웃으며 구경하면 된다. 같이 화내면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니 품격 유지하면서 피하는 게 상책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 발목 잡기 프레임으로 맞서면 이긴다.
문재인은 끝내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떠날 것인가? 그는 그대로 놔두면 어느 순간 후환이 두려워 말과 행동을 바꾸게 될 것이지만, 보기에 참 안쓰럽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인 청와대에는 한 발짝도 들여 놓지 않고 경호와 비용, 국민 불편이 ‘재앙’ 수준인 광화문 대신 모든 조건에서 더 나은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는 일은 확정됐다. 이해 못하는 국민들은 더 설득하며 취임 후 천천히 추진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부동산, 코로나 등 민생 문제를 다부지게 챙기면서 진영, 지역, 성별 가리지 않는 실력 위주 인사로 새정부가 출발할 경우 여론은 그의 편이 될 것이다.
패자는 모든 걸 잃은 사람이다. ‘최후의 발악’을 너그럽게 봐주도록 하라. 그들의 남은 ‘호시절’이 한 달 조금 더 남았다. 새 대통령을 ‘씨’라 호칭한 민주당 의원 최강욱과 “문재인과 이재명을 지켜내겠다”고 한 새 원내대표 박홍근의 ‘발악’도 윤석열은 들은 체도 안 했다. 그냥 그렇게 짖도록 하면 된다.
조국 아들 허위 인턴 활동 증명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강욱은 4.15 총선 압승 후 “세상 바뀐 걸 보여주겠다”고 한 사람이다. 더 가관인 그의 말이다.
문재인은 자신의 실정(失政) 외에 부인 김정숙의 ‘김멜다’(김+이멜다) 사치로도 원성을 들으며 양산 사저에서 불편한 나날을 보내게 됐다. 그녀는 재임 5년 동안 사진으로 확인된 것만 최소 132벌(데일리안 [정기수 칼럼] 2월17일자) 옷을 해 입었고, 진품이라면 수억원 상당이라는 팔찌, 반지를 주렁주렁 차고 브로치도 달았다.
또 대통령 전용기를 혼자 타고 인도로 간 목적도 ‘퍼스트레이디 외교’가 아닌 불과 4개월 전 남편과 함께 간 인도 방문시 이루지 못 했던 ‘타지마할 관광을 위한 외교 구걸’이었음이 청와대와 ‘김정숙 버킷 리스트’ 보도 언론사 간의 소송 과정에서 밝혀졌다. 나라 망신이다.
퇴임 후 안전 보장을 바랐던 문재인은 정권 인계 중에 보인 속 좁은 행동으로 더욱 불안전하게 되는, ‘법대로’ 처분을 기다려야 할 처지로 빠지고 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