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전문건설 업역 폐지 등 생산체계 개편 추진
시설물업 업종전환 유도, 각종 인센티브 부여
생산성·전문성 갖추지 못한 채 상호시장 개방 부작용 우려
지난해 6월에 이어 올 1월 광주에서 연이어 발생한 중대재해로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실시공에 따른 중대 안전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으로 불법 하도급 여부와 관계없이 시설물 중대 손괴로 일반인 3명 또는 근로자 5명 이상 목숨을 잃으면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건설업 등록 말소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이 경우 향후 5년간 신규 등록이 제한돼 사실상 업계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올 초 본격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최근 마련한 부실시공 근절방안까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매우 단호해 보인다.
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생뚱맞아 보이는 부분이 있다. 이렇듯 안전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건설산업 혁신에 몰두하고 있단 점이다. 업계의 반발에도 1년째 외곬으로 밀어 붙이는 중이다.
2018년 국토부는 지난 45년간 유지된 종합·전문건설 업역 칸막이를 걷어내고 자유롭게 상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공공부문 공사는 지난해부터, 민간부문은 올해부터 업역규제가 완화돼 종합업체와 전문업체가 상대 시장에 진출해 수주할 수 있게 됐다.
칼로 무 자르듯 법으로 업역을 구분해둔 탓에 건설업 전반의 생산성 및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상호시장 개방으로 모든 건설업체가 시설물 유지보수 업역에 참여하게 되는 만큼 시설물유지관리업(시설물업)은 2023년 말을 기점으로 폐지한다. 기존 시설물업체들은 종합이나 전문으로 전환해야 한다.
빠른 생산체계 개편을 위해 당근책도 제시했다. 업종전환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자본금이나 기술자 확보 요건은 2026년까지 충족하지 않아도 되며 업종전환 시 최근 5년간 시공실적에 최대 50%의 가산실적을 더해주기로 했다. 또 유지보수 실적으로 유지보수뿐만 아니라 전환한 업종의 실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최근 5년간 200억원의 유지보수 실적을 보유한 A업체가 건축공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유지보수와 건축공사 실적 모두 300억원이 되는 셈이다. 하루아침에 기존보다 50%나 불어난 실적으로 신규 시장 진출도 가능하다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대신할 가치는 없다며 안전사고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재차 강조해온 국토부가 제시한 인센티브라는 점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업종폐지에 따른 업계 반발을 고려해 어떠한 식으로든 혜택을 부여해 잡음을 만들지 않겠다는 국토부의 의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이렇게 부풀린 실적을 내세워 사업을 따내더라도 제대로, 안전하게 시공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결국 시설물의 안전과 부실시공 방지를 책임져야 할 국토부가 적극 추진하는게 맞는 정책인지에 대해서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 혁신은 필요하다. 다만 어쩐지 성급해 보인다. 대략 반세기 만의 정책 변화에 따른 혼선으로 보기에 불거질 부작용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규모 중대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혁신이라는 사슴을 쫓느라 정작 생산체계 개편의 궁극적인 목표 자체를 잃어선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