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입장 표명 압박·金 사퇴에 부담감 ↑
어떤 선택하든 정치적 논란 피하기 어려워
文, 靑 참모회의서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부담감이 한층 커진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했고, 고검장들의 연쇄 사퇴 가능성도 제기되면서다. 해당 사안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 온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김 총장의 거취 문제가 연동되면서 고심이 깊어진 모습이다.
18일 청와대 안팎에 따르면 김 총장의 사표는 아직 청와대에 전달되지 않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총장의) 사의 말씀은 오래전부터 했고, 청와대도 알고 있다"면서 "(사표는) 제가 좀 갖고 있으려고 한다. 여러 일들이 앞으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이 이날 당장 김 총장 거취에 대해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된다. 더욱이 김 총장 사직서 수용 여부는 검수완박에 대한 문 대통령 의중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당분간 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문 대통령이 김 총장의 사표를 수리한다면 마치 검수완박을 찬성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대로 거취 결정을 계속해서 미루면 민주당의 법안 강행에 우려를 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가 제기돼 온 상황에서 김 총장 거취 결단 압박까지 강해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서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고 강조했다.
검사들은 법안 거부권을 가진 문 대통령에게 단체 호소문을 전달할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19일 예고된 전국 평검사회의에서 검사들의 집단 사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진퇴양난'의 처지가 됐다는 분석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한쪽의 반발과 여론 악화는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최근까지 여당과 검찰이 '대화'를 통해 절충점을 찾아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주변에 내비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라며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온 것도, 김 총장의 면담을 사실상 보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김 총장의 사표 제출을 비판하고 늦어도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입법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는 '표정 관리'를 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당장 이날 참모회의에서 김 총장 거취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 업무 공백을 이유로 퇴임 때까지 침묵을 유지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든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측면에서 김 총장 거취 결정과 후임 인사 모두 차기 정부의 몫으로 남길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