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
추가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
추경・대출규제 완화와 정책 조율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물가와 금리 등 정책 질의가 주를 이뤘다. 특히 여야는 거친 공방을 벌이기보다는 정책 질의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물가 상승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과 대출규제 완화 등이 물가 상승, 가계부채 급증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고물가와 가계부채 관리 방안 등 이 후보자의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대한 검증도 이뤄졌다.
이 후보자는 "성장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도 물가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한 속도로 조정하고, 이를 통해 가계부채 연착륙 등 금융안정을 도모하겠다"며 '물가'와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했다.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 의지도 분명히 했지만 “성장과 물가를 보고 조율해서 나갈 예정이다”고 밝혀 인상 속도는 조절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새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물가상승에 영향을 줄 경우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 “고물가 1~2년 지속...금리로 가계부채 완화”
이날 이 후보자는 “물가 상승은 적어도 1~2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선 성장보다 물가가 우려스러워 금리를 올렸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물가 상승 심리(기대인플레이션)가 올라가고 있어 인기는 없더라도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하겠다”며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기존의 방침을 고수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고물가로 우려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저물가가 예상되는만큼 대비책을 주문했다.
하반기에도 금리인상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 후보자는 “성장에 문제가 없는 한 그 방향(금리인상)으로 가야 한다”면서도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얼마나 빨리 가져가서 부작용을 줄이느냐는 쪽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정 금리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으나,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한미간 적정 기준금리의 차이를 최소 0.53%p 추정하면서 연내 한은 기준금리가 연 2.83%까지 올라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시사했지만 ’성장’도 신경쓰겠다며 최종 기준금리 상단을 낮춘 것이다. 그는 “5월, 7월 금리 결정에 있어서는 데이터를 보고 성장과 물가의 양자를 잘 조율해서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응힐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후보자는 “가계부채는 부동산과도 관련돼 있고, 금리를 통해 시그널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은 정책만으로 부족하다”며 “가계부채는 7~8년째 증가하고 있어 범정부 TF를 만들어 구조적이고 재정적인 측면 및 종합적인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대출 문제로 금융취약성 지수가 7~8년에 걸쳐 상승하는 등 거시정책을 통해 조율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 부작용 감내”
미국과의 금리 역전이나 차이가 좁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감내해야 한다면서도 금리 결정은 미국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은 물가는 거의 2배 이상 높은 상황이지만 성장률은 올해 3, 4% 중반으로 예상돼 금리를 빠르게 올릴 여지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성장률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금리 역전 가능성은 있지만 감내해야 한다”면서도 “펀더멘털이 괜찮아 단기적으로 급격한 자본유출은 없겠지만, 원화가 절화돼 물가 압력으로 올 수 있어 (한미 금리 격차) 잘 보면서 속도를 조율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금리 결정은 국내 경기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금리 결정은 국내 경기가 우선으로 미국도 따라가지만, 빨리 갈 필요 없다”고 했다. 미국처럼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1.5%,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 수준이다.
◆ 새 정부 대출규제 완화 점진적 추진 필요
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과 대출규제 완화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미시적인 정책으로서 추경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아직 구체적 규모가 나오지 않았지만, 총량이 커서 물가에 영향을 주면 정책 당국과 조율해 한은도 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규제 완화 또한 거시경제 정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경계감을 놓지 않았다. 그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대출 규제 완화 영향 질의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한꺼번에 시행되면 물가와 거시경제 정책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새 정부의 LTV규제 완화는 생애 첫 주택 구매에 한정돼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나머지 대출규제는 부동산과 관련된 만큼,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세부적인(마이크로) 정책은 큰 방향에서 동의하지만 부동산 정책은 공급 확대 등 모든 게 조율이 돼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줄면 정책 수단이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관련해서는 “세제를 통해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전제가 문제”라며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서민의 주택 안정과 주택 공급이다. 강남 지역의 안정화를 정책 목표로 삼으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소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예대금리차 공시와 관련해서는 자세를 낮췄다. 그는 “정보 공개 차원에서 (은행의) 예대금리차 자체를 공시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원가·이유·목적이자율 등 자세한 정보의 경우 영업상 비밀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대금리차 공시는 정보 공개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앞 부분을 공시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고 재차 찬성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