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녹취록 공개 "가해자 부모 '누굴 때리고 그럴 애가 아닌데'"
군인권센터는 28일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발생한 집단 구타·성고문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를 상대로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이날 가해자로 지목된 A상병의 모친과 피해자 B일병 간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가해자 부모가 피해 사실이 합의로 이뤄진 것이란 가해자들의 주장을 두둔하며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범죄 행위를 장난 정도로 치부하는 기조로 향후 수사와 재판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이어 "가해자들이 진술을 맞추고, 피해자를 압박하고 있다"며 "해병대와 해군은 지금이라도 속히 가해자들을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센터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26일 가해자로 지목된 A상병의 모친은 피해자 B일병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에게서 구타 가혹행위 등을) '합의 하에 했다'는 말을 들었다. (피해자가) 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들었거든"이라고 했다.
이에 B일병은 "(기수가 낮은)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감사합니다'랑 '알겠습니다' 밖에 없거든요"라고 말했다.
B일병은 또 "(가해자들이)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로 넘긴 거잖아요"라고 말하자 A상병 모친은 "지금 조사 중이지, 인정하고 넘어간 건 아니죠"라고 했다.
B일병이 "둘(또 다른 가해자)이서 저 많이 때렸어요"라고 말하자 A상병 모친은 "누굴 때리고 그럴 애가 아닌데 왜 그랬을까"라는 반응을 보였다.
센터는 "피해자가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책임을 돌린 것"이라며 "진심 어린 사과를 거듭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가해자 부모가 스스럼없이 '합의 하에 이뤄진 것'이라는 가해자들의 주장을 두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센터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연평부대에서 선임병 3명이 지난달 후임병을 상습적으로 구타하고 가혹행위와 성고문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해병대 군사경찰대는 가해자를 기소의견으로 군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해병대는 "군사경찰 조사 시 가해자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