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잔고 1년만에 3배↑
개인 비중 여전히 1~2%대
“홍콩 일부종목 시행 참고”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누적 공매도 거래대금은 148조원을 돌파했고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반면 개인 투자자 비중은 1%대에 불과해 여전히 외국인과 기관 위주의 공매도가 집중되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장 마감 기준 공매도 거래대금은 4943억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약 195억원 증가했다.
지난 1년간 부분 재개 이후 공매도 누적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각각 111조원, 37조원을 넘어섰다. 합치면 148억원대에 달하는 규모다. 공매도 거래액은 2016년 84조원에서 2017년 95조원, 2018년 128조원, 2019년 103조원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29일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잔고금액은 12조583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 대비 0.59%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 30일 잔고금액(4조5828억원)·비중(0.21%)과 비교하면 1년 새 3배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도 1조5023억원(비중 0.37%)에서 3조7275억원(비중 0.93%)으로 늘었다.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에서 외국인 비중은 연초 60%대였지만 지난달 이후 이날까지 대부분 70%대를 웃돌고 있다. 코스닥시장 역시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지난달 말 79%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공매도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코스피 1~2%, 코스닥 4% 정도에 그친다.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된 종목들 주가가 하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년간 공매도 거래가 가장 많았던 종목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1년간 공매도 규모가 6조원 수준까지 늘며 주가가 올해 들어 13.6% 내려앉았다.
지난달 공매도 거래대금 1위를 차지한 LG디스플레이는 주가가 지난달 초 2만100원에서 현재 1만7300원으로 13.9% 빠졌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달 공매도 거래비중은 25.91%로 전체 거래 4분의 1이 공매도 거래였다. 실적 부진과 함께 공매도가 몰리면서 주가가 큰 폭 하락했다.
시장의 관심은 공매도 전면 재개 시기를 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3월 공매도를 금지한 뒤 지난해 5월 3일 코스피200 종목과 코스닥 150 등 대형주만 공매도를 부분 허용했다. 이후 정부는 올해 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하면서 선결 조건인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다만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인 투자자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3일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통해 개인이 공매도 과정에서 주식을 빌릴 때 적용되는 담보비율을 현 140%보다 합리적으로 인하하는 등 공매도 운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전면 재개 전에 외국인과 기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꿀 수 있는 제도 개선을 먼저 해야 한다”면서 “또 홍콩의 경우 MSCI에 편입돼 있지만 일부 대형 종목만 공매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