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행사가 많은 5월이다. 여전히 마스크는 쓰고 있지만 거리두기 해제로 극장에서 팝콘을 먹을 수 있게 되자 모처럼 영화관이 관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졌던 영화계가 이번 조치로 부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5~6월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밀린 국내 영화들이 쏟아져 나와 극장매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은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터 스트레인지 2’)다. 공포영화의 거장 샘 레이미 감독은 현란하고 화려한 영상미와 호러 장르가 결합된 독특한 마블영화를 선보였다. 마블의 새로운 세계관이 담긴 영화는 사전예매만 130만 명을 훌쩍 넘겼다.
미국 뉴욕,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분)는 한때 연인이었던 크리스틴 팔머(레이첼 맥아담스 분)의 결혼식에 갔다가 괴물에 쫓기는 10대 소녀 아메리카 차베즈(소치틀 고메즈 분)를 발견한다. 소녀는 73개의 다중우주이자 평행세계인 멀티버스 연결통로를 열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빌런(악당)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완다 막시모프(엘리자베스 올슨 분)와 목숨 건 싸움을 하게 된다.
마니아를 중심으로 마블문화를 만든다. 그동안 팬데믹으로 얼어붙은 극장을 녹여준 작품은 마블영화였다.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이 그랬고 이번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마블영화가 성공하는 데는 관객들의 몫이 크다. 마블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을 소위 ‘마블러’라 부르는데 이들은 영화 속 장면을 분석하고 해체하는 것은 물론 모든 시리즈에 열광하며 충성도도 높아 관람형태도 집단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마블영화는 마니아를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있다. 제작진도 여기에 맞춰 마블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캐릭터와 서사에 새로운 개념을 적용시키면서 세계관을 재현한다. 때문에 마블영화들은 서로 연결돼 있어서 처음 접하는 일반관객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작품에서도 디즈니플러스에서 제공하는 OTT 드라마 ‘완다비전’을 봐야 이해가 쉽고 스토리의 온전한 이해와 재미를 위해는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과 ‘로키’를 봐야한다.
멀티버스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통해 철학적 질문을 남긴다. 6년 만에 공개된 후편에서는 뒤엉킨 시공간의 멀티버스가 열리면서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새로운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 현재와 닮아 있는 또 다른 세계, 꿈을 통해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나와 만나는 것이 핵심이다. 완다는 다른 세계에서 얻은 아이를 만나기 위해 빌런으로 거듭나고 스트레인지는 완다와 맞서기 위해 다양한 모습의 스트레인지와 마주한다. 영화는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내가 존재할 수 있을까, 과연 지금의 나는 행복한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
가족이라는 주제도 빠지지 않는다. 영화는 닥터 스트레인지에 관한 이야기지만 완다가 투톱 주인공이라고 느껴질 만큼 완다의 이야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어린 시절 가족을 잃은 완다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에 빌런이 되기를 자처한다. 평행세계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완다는 두 아들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이곳의 아이들을 데리고 오려고 차베즈의 능력을 뺏으려 한 것이다. 영화는 평행세계 속 완다를 통해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2년 동안 가족들은 함께 만나지 못했다. 최근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전국의 관광 명소와 극장, 공연장에는 모처럼 가족모임이 넘치고 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2’는 시각적 볼거리가 화려한 작품으로 다른 우주에 사는 멀티버스 속에서 가족의 존재와 중요성을 보여준다. 가정의 달 5월에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마블영화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