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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高’ 덮친 한국경제, 성장률 2%대 추락...경기침체 위기 고조


입력 2022.05.10 11:13 수정 2022.05.10 11:14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대내외 경제기관 3.0%→2.5%안팎

슬로플레이션 진입, 성장률・물가 난제

한은 26일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지난 1일 수출전진 기지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23만t급 HMM 로테르담호가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에 ‘3중고’에 2%대에 머무를 전망이다. 대내외 경제전망기관들이 잇따라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 발생) 공포까지 스멀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 경제 성장률을 잇달아 2%대로 낮추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속 교역조건 악화, 중국 경기둔화 영향,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등으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0.4%p 하향한 2.5%로 조정했다. 한경연은 '1분기 경제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가 점차 약화되고, 중국 경기둔화에 따라 수출 성장세도 꺾일 것”이라며 “오랜 기간 경제여건 부실화가 진행돼 정책적 지원여력마저 소진한 상황이라 성장률 하향 전망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한경연은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전년 대비 1.3%p 오른 3.8%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 압력은 확대되는데 민간소비와 실질 수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간 소비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0.8%p 낮은 2.8%, 실질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같은 기간 7.5%p 하락한 2.4%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2.8%에서 2.6%로 낮췄다.


글로벌 기관들의 하향 조정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도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5%로 내렸으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무디스도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3.0%에서 2.7%로 수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5%를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과 중국 경기 둔화 등 대외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 고환율까지 겹쳐 경기침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수출도 2분기부터는 꺽일 것이라는 염려다. 이미 무역수지는 두 달 연속 적자 행진중이다.


우크라 사태가 장기화되며 미국이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까지 단행, 국내 소비자 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8%로 집계됐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만에 최고치다. 시장은 우리나라 연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4%대 안팎으로 줄줄이 상향조정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연 4.6%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도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1270원도 뚫었다. 시장은 환율 상단을 1300원까지도 열어놓았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이에 한은도 오는 26일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수정 발표할 계획이다. 한은은 앞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예상했으나, 고물가에 전망치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 지난 1분기 GDP 성장률은 0.7%(전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세는 이어졌으나 민간 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 각종 투자 지표는 모두 후퇴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서 한은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물가 안정과 미국의 빅스텝에 대응하기 위해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상환 부담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남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오는 26일, 7월 14일, 8월 25일, 10월 14일, 11월 24일이다. 한은이 최소 3번 이상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는 환율과 물가, 금리가 모두 상승하는 3고 현상으로 슬로플레이션(저성장 속 고물가)에 진입했다”며 “하반기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완만한 속도 조절을 필요하다”면서도 “고물가가지속되면 우리도 7,8월 빅스팁을 한 번 정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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