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단독] 보험사, 작년 역대급 실적에도 금리인하요구 절반 이상 '외면'


입력 2022.05.13 06:00 수정 2022.05.13 13:40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흥국생명 '꼴찌'…한화생명·KB손보 40%↓

대출 주력 상품 아니라 적극성 떨어져

강민국 의원 "보험사 수용률 개선 나서야"

보험사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보험사가 신용등급이 높아져 대출 금리를 낮춰 달라고 요구한 고객 중 절반 이상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2년째 악화되는 모습이다.


금융사의 금리인하요구권이 법제화되고 수차례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 활성화를 주문했음에도 상황이 도리어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가 소비자 권익 개선에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보험사 19곳에 접수된 대출금리 인하 요구 신청 2만9807건 중 44.9%만 수용됐다. 전년 보다 3.9%p 하락한 수치다. 19곳 외 보험사는 신용대출 같은 금리인하요구권 대상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을 받은 사람이 취업, 승진 등 이유로 신용상태가 개선되면 금융회사에 금리를 인하해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로 2019년 6월 법제화됐다. 금융 당국이 수차례 제도 활성화를 주문했지만, 보험업권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같은 해 57.3%에서 2년 연속 감소 추세다.


국내 보험사 금리인하요구 수용률 추이 ⓒ데일리안

보험사별로 보면, 흥국생명이 9%로 수용률이 가장 낮았다. 흥국생명은 접수된 1998건 중 180건만 받아들였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생보사 3사 중에서도 교보생명을 제외하고는 수용률이 절반에도 못미쳤다. 한화생명은 접수된 7120건 35.3%만 받아들였고, 삼성생명은 1만3596건 중 45.3%만 받아들였다. 교보생명 수용률은 76.6%다.


대표 손보사들도 수용률이 겨우 절반 수준이거나 이에 못미쳤다. KB손보는16.2%에 그쳤으며 DB손보와 현대해상의 수용률은 각각 39.9%, 51.9%이다. 이용 고객이 많은 보험사가 정작 고객의 금리 인하 요구에 외면했던 셈이다.


이밖에도 ▲동양생명 23.1% ▲KDB생명 28.6% ▲신한라이프 30.0% ▲농협생명 42.9% 등이 수용률이 50%를 밑돌았다. 이외 ▲한화손보 48.2% ▲롯데손보 52.6% ▲흥국화재 53.6 ▲농협손보 73.3% ▲삼성화재 77.4% ▲미래에셋생명 100% ▲ABL생명 100%▲푸본현대생명 100%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별 신청, 수용건에 대한 집계기준이 달라 수용률 편차가 크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대 실적을 낸 보험사들이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금리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8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벌어들이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냈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사의 경우 은행과 달리 대출이 주력 상품이 아닌 탓에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아직 금융사별 금리인하요구권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관련 제도에 대한 적극성을 저해하는 요인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조만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8월부터 은행·카드·보험업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건수, 운영 실적을 협회에 공시하도록 규정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운영 실적이 비교·공시되면 금융소비자들은 더욱 유리한 금리 조건을 선택할 수 있다. 보험사도 고객 확보를 위해 경쟁할 경우 수용률이 높아질 수 있다.


강민국 의원은 "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데도 여전히 보험업권에서 금리인하요구 수용률은 저조한 상황"이라며 "금리인하요구권은 당연한 금융소비자의 권리인만큼, 전 금융업권에서 수용률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효숙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