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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 부실 '꿈틀'…금융지원 약발 '시들'


입력 2022.05.16 06:00 수정 2022.05.16 11:2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대銀 관련 고정이하여신 증가 전환

수면 아래 리스크 부상 조짐에 촉각

국내 4대 은행의 가계대출에서 발생한 부실 규모가 올해 들어 증가로 전환됐다.ⓒ연합뉴스

국내 4대 은행의 가계대출에서 발생한 부실 규모가 올해 들어 증가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그 폭이 크지는 않지만, 지난해 내내 꾸준한 감소세가 이어져 오다가 악화 흐름으로 돌아섰다는 측면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 채무자를 상대로 실시돼 온 금융지원 정책의 약발이 다하면서, 수면 아래 잠자던 리스크가 고개를 내미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보유한 가계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 금액은 총 878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7%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233억원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통상 은행 등 금융권에서 부실채권을 분류하는 잣대로 쓰인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이 272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6% 늘었다. 신한은행 역시 2410억원으로, 국민은행은 2006억원으로 각각 2.4%와 0.7%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도 1641억원으로 1.2% 늘었다.


4대 은행 가계대출 중 고정이하여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눈여겨 볼 지점은 은행권의 부실 가계부채가 이전까지 줄곧 개선 흐름을 보여 왔다는데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련 고정이하여신이 매 분기 축소되다가 올해 들어 증가로 돌아선 상황이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지난해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은 ▲1분기 말 1조339억원 ▲2분기 말 9698억원 ▲3분기 말 9302억원 ▲4분기 말 8549억원 등으로 계속 줄어 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의 질이 개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책적 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해 가계대출 상환이 곤란한 개인 채무자에 대해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고, 취약 차주의 채무 조정을 유도하는 재기 지원 방안을 시행 중이다. 결국 당장 대출 원금이나 이자를 갚기 어려워 연체로 잡혀야 할 대출이 억제돼 왔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금융지원 정책이 여전히 실시되고 있음에도 은행의 개인 대출 연체가 확대 흐름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논에 보이지 않게 쌓여 온 부실이 금융지원의 제어망을 넘어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고민이 절실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금융지원 정책을 당장 접을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그 동안 누적된 금융 리스크를 들여다봐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이자는 낼 수 있지만 원금만이라도 만기를 미뤄달라는 사례는 은행으로서도 훗날 정상적인 대출 상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이자조차 못 내는 차주는 제대로 위험을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상을 단순한 잣대로 일괄 적용하기 보다는 차주별 상환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되는 채무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연착륙 방안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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