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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이 1위 아닌 뮤뱅, 왜?


입력 2022.05.14 06:00 수정 2022.05.14 05:52        데스크 (desk@dailian.co.kr)

ⓒ 물고기뮤직

이번 ‘뮤직뱅크’에서 임영웅이 1위가 아니었다.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번에 임영웅이 낸 앨범은 2000년대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솔로 초동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솔로가수로서는 유일한 백만 장 돌파다.


역대 한류 걸그룹들을 모두 제쳤다. 한류 스타들은 해외에서 앨범을 산다. 어떤 아이돌은 앨범을 대량으로 팔기 위해서 팬사인회 같은 마케팅도 펼친다. 임영웅은 해외 구매, 팬사인회 등 마케팅 없이 순수 국내 수요만으로 총 110만 장을 돌파했다.


걸그룹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보이그룹까지 제친 성과다. 역대 초동 순위에서 임영웅보다 위에 있는 뮤지션은 대한민국에서 방탄소년단, NCT DREAM, 세븐틴 뿐이다. 모두 한류스타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임영웅은 순수 국내 수요이기 때문에 국내 인기만으로 한정하면 가히 역사적인 수준이다.


그런 역대급 스타이니 앨범 발매 후 주간 1위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앨범뿐 만이 아니라 음원 성적, 국내 영상 조회수 등 노래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다른 지표에서도 임영웅이 압도적이다. ‘뮤직뱅크’ 하루 전에 방송된 ‘엠카운트다운’에서 임영웅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비교적 젊은 층이 많이 보는 엠넷 방송사에서도 1위를 했기 때문에 KBS ‘뮤직뱅크’ 1위는 더욱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2위에 머물렀다. 1위는 놀랍게도 신인 걸그룹인 르세라핌의 ‘피어레스’였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르세라핌이나 ‘피어레스’를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물론 르세라핌도 스타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겠지만, 이미 국민 가수 반열에 있는 임영웅 수준일 순 없다. 앨범 판매량도 르세라핌은 이번에 30만장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보통 앨범 시장에선 아이돌의 경쟁력이 막강하다. 팬덤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가요 가수들은 앨범 시장에선 아이돌에 대적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민적 인지도는 성인가요 가수들이 아이돌보다 높았다. 아이돌은 팬덤의 응집력이 강할 뿐 일반 국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아이돌의 앨범 판매량이 딱 그 팬덤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이고, 그 이상의 확장 여지는 별로 크지 않다고 여겨진다. 반면에 성인가요 가수들은 앨범 판매량보다 훨씬 거대한 인지도를 자랑한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임영웅 앨범이 110만장이 팔렸다는 건 실제 인지도가 그보다 훨씬 크다는 뜻이다. 그 앨범의 타이틀곡이 이번에 ‘뮤직뱅크’에서 르세라핌 곡에게 1위를 뺐긴 ‘다시 만날 수 있을까’다. 두 노래의 위상이 비교가 안 되는 수준으로 임영웅 곡이 우세해 보이는데 1위는 르세라핌에게 돌아갔다.


그 이유가 방송 횟수 점수였다. 음원 점수와 음반 점수는 모두 임영웅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런데 방송 횟수 점수가 0점이었다. 르세라핌은 5348점이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임영웅이 1위를 못한 것이다.


방송횟수가 무엇인지 정확하진 않은데 예를 들어 음원 방송 횟수, 가수의 방송 출연 횟수, KBS 콘텐츠 출연 횟수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중의 어떤 것이라 해도 음반, 음원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노래가 노래 순위에서 밀려날 이유가 되지 않는다. 방송 순위가 아니라 노래 순위를 가리는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가장 인기 있는 노래가 방송 점수 때문에 밀려난단 말인가?


이제부턴 ‘뮤직뱅크’가 아니라 ‘방점뱅크’(방송점수뱅크)가 될 판이다. 방송 출연 횟수라면 거대 기획사의 영향력으로 늘릴 수 있는 것이어서 공정성도 의심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방송사의 가요 순위는 신뢰를 크게 받지 못했었는데 이번 사태로 신뢰성이 더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팬덤 화력 ‘넘사벽’, 당대 최고 스타 중의 한 명인 임영웅의 앨범 타이틀곡이, 신인 그룹조차 5348점을 받는 방송 점수에서 0점을 받고 신인 그룹에게 1위를 뺐긴 것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임영웅이 1위를 도둑맞는 광경을 TV로 중계한 느낌이다. 과연 이 모습이 국민에게 공감 받을 수 있을까?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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