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美 빅스텝에 약 15년만의 연속 인상
인상 속도 빨라진다...이달 포함 2~3차례 더
한국은행이 오는 26일 기준금리를 0.25%p 추가로 올리고,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대로 수정 상향할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오는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끄는 첫 금통위로 한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5%에서 1.75%로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달 14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총재 없이도 금통위원 전원 6명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p(1.25→1.50%) 높였다. 만약 26일 회의에서도 0.25%p 인상이 확정되면, 14년 9개월(2007년 7월과 8월)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올린 것이다.
이같은 이례적 행보는 물가상승 때문이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 급등,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까지 치솟았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만의 최고치다. 문제는 이같은 4%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물가 상승 기대 심리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 또한 3.1%로 9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59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도 물가 상승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대내외 경제불확실성에 대비해 민생 안전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에서 ‘사상 최고’ 규모로 편성했다. 추경은 경기하방 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추경호 경제 부총리는 물가 자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전 지출을 중심으로 추경이 이뤄져 물가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려가 전혀 없지는 않다”고 답했다.
미국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에 따른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한은을 압박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은 거듭 고강고 긴축정책을 시사하며,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3~4일 (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2년 만에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한국(1.5%)과 미국(0.75~1.00%)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00∼1.25%p에서 0.5∼0.75%p로 줄었다.
미국이 2번만 더 빅스텝을 밝으면 7월 한미 금리는 역전된다.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 이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이 더 커진다. 미국은 향후 2~3차례의 빅스텝을 예고하고 있다. 한은도 대응이 불가피하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의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는 발언은 이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인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도는 예고된 수순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한은이 5월, 7월, 8월 혹은 10월 최소 3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2.25%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4분기 한 번 더 올려 2.5%까지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도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물가 정점 예상 시기를 반영해 기준금리는 5월과 7월 인상 이후 올해 11월과 내년 1월에도 추가 인상을 거쳐 최종적으로 2.5%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3차례 이상 올린 적은 없다.
한은은 26일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한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대로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이환석 부총재보는 지난 3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4.8%)을 나타냈다”며 “앞으로도 물가상승 압력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4%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0%에서 2%대 중후반까지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8%, 물가 상승률을 4.2%로 조정했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은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 4.1%의 물가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