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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금리 인상=호재' 공식 균열…대출 부실 '공포'


입력 2022.05.31 06:00 수정 2022.05.31 07:0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대銀 금리 위험액 3조5천억

코로나發 리스크 우려 확산

국내 4대 은행 본점 전경.ⓒ데일리안

국내 4대 시중은행에 잠재된 금리 리스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1조5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3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낮은 이자율을 악재로 꼽던 은행들이 서서히 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이 더 크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현실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이 대출 부실을 심화시키면서 은행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금리부 자본변동(이하 금리 EVE)은 총 3조6406억원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보다 76.9%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1조5415억원 증가했다. 금리 EVE는 이자율 변동으로 은행의 자본에 발생할 수 있는 예상 위험을 수치화 한 지표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금리 EVE가 937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0.4%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9203억원으로, 하나은행은 9149억원으로 각각 87.4%와 40.3%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금리 EVE도 7744억원으로 109.4% 늘었다.


4대 은행 금리 위험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눈여겨 볼 대목은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절반이 금리 리스크의 핵심 요인으로 이자율 상승을 꼽았다는 점이다. 통상 은행 입장에서 금리 상승은 이익의 주축인 이자 마진을 늘려 준다는 점에서 경영의 호재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금리 인상이 은행 경영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리 EVE는 ▲평행상승 ▲평행하락 ▲단기하락·장기상승 ▲단기상승·장기하락 ▲단기상승 ▲단기하락 등 여섯 가지 금리 충격 시나리오에 따른 리스크를 계산한 뒤, 이 중 은행 자본에 제일 큰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되는 케이스를 최종 결과로 삼는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9년 말까지만 해도 4대 은행 중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곳들은 모두 금리 EVE 산출 시 단기하락을 최대 위험 시나리오로 산정했다. 그런데 이제는 국민은행까지 금리 평행상승을 최대 위험 시나리오로 꼽으면서, 관측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금리 인상이 은행 경영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에는 이자율 상승에 따른 대출의 질 악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생계형 자금 수요에 더해 이른바 영끌·빚투로 대변되는 투자 열풍까지 맞물려 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가 빠르게 오를수록 차주가 짊어져야 할 이자의 무게는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문제는 금리 상승 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1월에 각각 0.25%p씩 인상되며 1%대를 회복했다. 이어 올해 1월과 4월, 5월에도 각각 0.25%p씩 추가 인상이 단행되며 기준금리는 1.75%까지 올라섰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안에 한두 차례 더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이자 마진 확대를 이끌던 금리 반등이 코로나19 연착륙 과정을 거치며 자본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선제적인 재무 건전성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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