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디스플레이도 TV용 LCD패널 감축중...
TV용 LCD, 중국에 의존도 높아질 것으로
업계 "OLED 기술은 격차 확보해야"
삼성디스플레이가 6월 중으로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접는다. 이로써 한국 주력 수출품이던 LCD가 완전히 중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름잡던 한국 LCD 패권을 중국에게 완전히 뺏긴 것이다. 향후 우리 산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전환 등의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6월 초 TV용 대형 LCD를 생산해온 충남 아산캠퍼스 L8-2 라인 가동을 중단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마지막 남은 LCD 생산라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991년 LCD 사업에 뛰어든 지 31년 만에 사업을 접게 된 셈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TV용 LCD 패널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는 추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이같은 결정은 중국 업계 영향 때문이다. 2010년대부터 중국 기업들이 낮은 가격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공급이 넘치자 패널 공급가가 떨어지고 기업의 수익성은 자연히 떨어졌다. 여기엔 중국 기업 BOE의 역할이 컸다. BOE는 2002년 한국계 기업 하이디스를 인수한 후 경쟁력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2010년대 중후반 들어 국내 기업을 제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해 TV 시장이 일시적으로 커져 패널가가 올랐고, 모기업인 삼성전자 측의 요청으로 올해 말까지는 패널 생산을 유지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사업 철수 시점을 갑자기 앞당겼다. 다시 패널가가 폭락하며 사업 효율성이 떨어졌기 때문인데, 삼성전자로서는 굳이 수익성 없는 사업을 이어가는 것 보다 중국에서 저렴한 값의 LCD 패널을 공급받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패널 가격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TV용 55인치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5월 기준 112달러로 떨어졌다. 전년 동기간 대비 절반값이다. 당분간은 패널 하락세로 인해 삼성전자의 LCD 패널 외부 수혈에 큰 지장은 없다. 문제는 앞으로 중화권 기업에 대한 삼성전자의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전처럼 LCD패널 수입 협상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
LG디스플레이도 TV용 LCD 패널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생산 규모를 상반기 대비 10% 이상 줄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LCD 패널을 생산하는 파주 P7과 P8, 중국 광저우 공장 등에서 TV용 패널은 유리 기판 투입량을 줄이며 감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럴 경우 멀지 않은 미래에 국내 전자업체들은 TV용 LCD패널을 외부에서 100% 공급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이에 국내 업계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까지도 삼성전자 TV 판매 제품 대부분은 LCD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수익성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업계는 이미 LCD는 넘어갔다고 판단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퀀텀닷(QD) 디스플레이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OLED 시장에서 대형은 LG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하고 있는 반면 중·소형은 삼성플레이가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난 4월 올해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려운 역량으로 소비자 눈높이와 시장 수요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OLED 신시장을 공략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그럼에도 업계는 중국의 추격에 마음을 놓을 순 없다는 분위기다. 아직 BOE 등 중국 업체들이 한국 업체 기술력을 따라 잡진 못했지만, LCD에서 중·소형 OLED로 점차 영역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별화된 기술개발을 통해 산업 우위를 확고히 하지 못한다면 또한번 LCD 사태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