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됐지만 호재없이 악재만
갈수록 부담비용 높아…인건비 부담까지 ‘울상’
2년 동안 발목을 잡던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외식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해부터 연일 치솟는 물가에 더해 가뭄에 총파업까지 겹치면서 모처럼 찾아온 성수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갈수록 감당해야 할 비용부담도 상당해 팔수록 손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9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2분기 들어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올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5.4% 상승하며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외식 물가는 7.4% 올라 1998년 3월(7.6%) 이후 24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밥상 물가 품목인 가공식품도 7.6% 올랐고, 축산물도 돼지고기(20.7%), 수입 쇠고기(27.9%), 닭고기(16.1%) 등을 중심으로 12.1% 치솟았다.
날씨도 말썽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한달간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5.8㎜로 평년 104.2㎜의 5.6% 수준이다.
올 초부터 6월3일까지 누적 강수량은 160.7㎜로 평년(327㎜)의 50%에 못 미친다. 겨울 가뭄이 여름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누적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이 채 안되는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지며 물가상승률 6%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농산물 작황이 악화되면 채소와 과일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올해 만료를 앞둔 '화물기사 최저임금제'인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 기름값 급등에 따른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 7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6월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은 5%대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지난 3일 "국제유가와 국제식량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수요측 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물가상승 확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는 그야말로 ‘겹악재’가 터졌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최근 식자재 가격급등에 인건비 부담까지 영업환경을 둘러싼 어려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호재없이 악재만 잇따른다는 반응이다.
서울에서 찜닭집을 운영하는 김모(30대)씨는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해 닭고기 가격은 40% 올랐고 감자는 20kg 1박스에 8만원까지 갔다”며 “프랜차이즈는 식자재 공급 계약이 1년 단위라 그나마 비용 부담이 덜하지만 개인 사업자들은 피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갈수록 커지는 임금인상 압박도 물가상승의 뇌관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자잿값 상승으로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구인난까지 확산하고 있어 추후 ‘임금인상→제품가격 인상→물가상승 심화’라는 악순환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류업계 역시 울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기대감을 높였지만 여름 성수기를 앞둔 시점에 화물연대 파업까지 더해지며 강력한 악재에 직면하게 됐다.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이 재개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으나 다시 한 번 발목을 잡혔다.
유통업계도 우울하긴 마찬가지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일부 자영업자들은 총파업으로 소주 등의 수급이 평소보다 원활하지 못해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더위가 찾아오면 맥주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는데, 장기화 될 경우 매출 피해에 대한 걱정이 크다.
이 때문에 직장인을 포함한 시민들은 최근 총파업을 시작한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금껏 민주노총은 노동자와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고 외쳐왔으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자영업자들에까지 피해를 주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서다.
직장인 유모(30대)씨는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이제 겨우 경제가 회복하려는 시기인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서민들을 볼모로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듯 하다”며 “특히 직장인 평균 연봉이 5%미만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40% 인상 주장은 공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