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의 근원인 비만의 예방 또는 개선을 위해 체중 조절에 나선 사람들의 큰 고민 중 하나가 ‘걷기냐 뛰기냐’다.
남녀노소 누구나 도구 없이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 걷기와 뛰기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꽤 많다. 몸 상태에 따라 적합한 운동이 있기 때문.
유산소 운동으로서의 걷기와 뛰기는 분명 차이가 있다. 쓰이는 근육 자체도 다르다. 걷기는 주로 허벅지 측면, 뛰기는 허벅지 뒤쪽이다. 손흥민(토트넘) 등 격하게 뛰는 프로 축구 선수들의 햄스트링 부상이 잦은 원인이다.
먼저 걷기는 심장과 폐가 약하거나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 당뇨나 고혈압, 호흡기성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운동이다. 체중의 2~3배에 달하는 충격을 몸에 가하는 뛰기보다 모든 면에서 안전하다. 관절 환자라면 속도 보다 경사를 조절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걷기란, 속보(파워 워킹)다. 자기 최대심박수의 50% 수준이 되어야 한다. 쉽게 설명하면 옆 사람과 대화는 가능하지만 숨이 차 노래는 할 수 없는 정도를 말한다.
칼로리 소모를 생각하면 뛰기를 포기할 수 없다. 심장과 폐에 적절한 자극을 주는 가장 좋은 심폐 운동 중 하나인 뛰기는 단위 시간당 소모하는 칼로리가 걷기의 2배를 초과한다. 몸무게 70kg 남자 성인 기준으로 30분 빠르게 걷기를 하면 150칼로리 내외, 뛰기를 하면 300칼로리 내외 소모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칼로리 소모가 많아야 한다는 상식을 떠올릴 때, 걷기보다 뛰기가 더 나은 운동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뛰기 보다는 빠르게 걷기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걷기 운동을 할 때 체내 지방 연소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뛰기는 체내에서 에너지원으로 탄수화물이 약 67%, 지방이 33%, 걷기는 체내 에너지원으로 지방이 약 50%, 탄수화물이 50% 소비된다.
에너지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 순으로 연소된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굵은 땀이 흐르기 시작하는 30분 이후부터 지방이 타기 시작한다. 30분을 넘어 1시간 이상 걷는다면 더 많은 지방을 태울 수 있는 셈이다.
달릴 수 있다면 최대한 달리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걷기와 달리 달리기는 긴 시간 정상적으로 소화하기 어렵다. 관절이나 근육에 무리가 나타날 수 있는 40대 이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10분만 뛰고 지쳐 운동을 포기하는 것보다 1시간 이상 걸으면 더 많은 지방을 연소하고 칼로리 또한 소모할 수 있다.
뛰기가 칼로리 소모는 압도적으로 많지만 지방 연소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빠른 걷기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간 대비 효과를 생각하면 뛰기를 병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걷기와 뛰기를 놓고 이어지는 고민에 대해 “시간 대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터벌 러닝(주 3회 이상/최소 30분~1시간)’을 하라”고 추천한다. 어차피 지방을 태우면 몸에 탄수화물이 남고, 탄수화물을 태우면 몸에 지방이 남는다. 지방과 탄수화물 연소량을 놓고 따질 시간에 걷고 뛰기를 반복하는 인터벌 러닝을 바로 시작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는 얘기다.
인터벌 러닝은 인터벌 트레이닝 개념이다. 높은 강도의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 몸의 피로가 충분히 회복되기 전 다시 운동하는 신체 훈련이다. 인터벌 트레이닝은 운동 시간 대비 효과가 높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살짝 땀이 흐를 정도로 5분간 걸은 뒤 달리고, 다시 걷고 달린다면 산소 섭취량·심박수·에너지 소비량 모두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심장과 폐에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다이어트와 근육을 만드는데도 도움이 된다.
흔히들 뱃살을 빼기 위해서도 복부 주위 근력 운동(윗몸일으키기)을 하는데 그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인터벌 러닝이다. 걷기와 뛰기를 교대로 반복하는 전신운동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증진시키면 복부 지방과 전신 체중도 빠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단, 시작 전후로 적절한 스트레칭을 통해 관절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연경(흥국생명) 등 배구 선수들의 경기 전후 스트레칭을 떠올리면 된다.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는 속도를 줄이고 체온이 발산될 수 있는 통풍이 용이한 옷을 입는 것도 운동을 이어가는 하나의 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