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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원톱' 전기차 시장 괜찮을까


입력 2022.06.24 06:00 수정 2022.06.24 11:03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완성차 중견 3사 전기차 대응 여력 한계…내연기관 점유율도 줄어

완성차 90% 점유하는 현대차‧기아, 전기차 전환시 점유율 더 확대

5사 체제 무너지면 부품 생태계 휘청…현대차‧기아 부담도 커질 듯

현대차자동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 ⓒ현대자동차

“지금으로서는 전기차 생산계획은 없다. 현재 투자 중인 신차에 집중하고 수입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신임 사장이 지난 16일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열린 노조 확대간부 합동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그동안 모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에서의 전기차 생산 없이 트레일블레이저와 신형 CUV로만 생산라인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상태에서 지난달 새로 부임한 렘펠 사장이 이를 다시 못 박은 것이다.


한국GM은 쉐보레와 캐딜락 GMC 등 GM 산하 브랜드의 미국 생산 모델을 수입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르노삼성에서 이름을 바꾼 르노코리아 역시 전기차 시장 대응에는 다소 소극적이다. 3월 부임한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말 XM3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2024년에 신규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고, 2026년에 전기차를 출시하는 단계를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최소 4년간은 자체 생산 전기차 없이 하이브리드 차종으로 친환경차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르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신임 대표이사가 10일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쌍용자동차는 올해 2월부터 코란도 이모션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기존 내연기관차인 코란도의 개조차라는 한계가 있다. 향후 토레스 전기차와 KR10 전기차 등을 내놓겠다는 방침이지만, 새 대주주가 확정되지 않은 불확실한 경영 상황인지라 공격적 신차 투자에 나서기 힘든 형편이다.


새 대주주가 정해진다 해도 내수 점유율이 낮고 해외 판로(모기업 브랜드와 연계한)도 마땅치 않은 쌍용차로서는 볼륨이 크지 않은 전기차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내놓기에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완성차 5사 중 중견 3사가 전기차 시장 대응 여력에 한계를 보이면서 국내 전기차 산업은 형제회사인 현대차‧기아 ‘원톱’으로 수입 전기차 공세에 맞서는 모양새가 됐다.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은 아이오닉 5, 코나EV(이상 현대차), EV6, 니로 EV(이상 기아), 제네시스 GV60, G80 전동화 모델(이상 제네시스) 등이 테슬라를 비롯한 수입 전기차 모델들에 맞서는 구도로 형성돼 있다.


마치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이 사라지고 LG전자가 철수하며 삼성전자 홀로 애플, 샤오미 등과 맞서는 것과 비슷한 구도다.


이런 구도는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달리 자동차는 3만개에 달하는 부품으로 구성돼 완성차 업체들과 수많은 부품 협력사들로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완성차 5사 로고. ⓒ데일리안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현대차‧기아와 중견 3사를 포함한 완성차 5사 중 특정 기업에만 납품하는 전속 협력사가 일부 있긴 하지만 상당수는 복수의 업체가 공유하는 구조다. 즉 완성차 5사와 다수의 협력사들이 얽혀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가뜩이나 전기차 전환에 대응하지 못한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견 3사의 비중이 줄고 수요처가 현대차‧기아로 한정된다면 대대적인 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부품 생태계가 교란되면 현대차‧기아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전체 완성차 시장의 현대차‧기아 점유율은 9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나머지 10% 이내의 시장을 중견 3사가 각기 3% 내외의 점유율로 나누는 구도다.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더 커지고 중견 3사의 비중은 더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업체 한 곳이 사라지면 나머지 4사의 산업 생태계 유지 부담이 커지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며 “전기차 전환기에 중견 3사의 국내생산‧판매 비중이 줄고 한국GM과 르노코리아가 수입 판매 위주로 사업 구조를 바꾼다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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