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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상관도 없는데…원숭이두창, 퀴어축제 개최도 막나


입력 2022.06.24 05:32 수정 2022.06.23 21:08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온라인 중심으로 '혐오의 전염' 확산 "동성애자들 때문에 확산" "동성애 축제부터 막아야 한다"

전문가들 "누구나 걸릴 수 있다…초기에 동성애 그룹서 확산돼 동성애자 많이 진단, 통계의 함정"

"사회적 낙인', 감염 예방에 오히려 걸림돌…국내 유입 사례 놓치면 지역사회 감염 일어날 수 있어"

기독교 등 反동성애 단체들 7월 16일 서울광장 퀴어축제 강력 반대…서울시, 갈등 최소화 방안 고심

2018년 7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데일리안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확인되면서 다음달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축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원숭이두창과 동성애자 간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없는데도, 자칫 이번 파장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환자의 체액, 침, 오염된 침구나 성관계·키스 등 밀접 신체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 있지만 동성애자와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키스나 성관계가 감염경로 가운데 하나일뿐 반드시 동성애자의 성관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렇듯 원숭이두창이 동성애자만 걸린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닌데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혐오의 전염'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관련 기사 댓글에는 "동성애자들 때문에 확산하고 있다", "이 참에 동성애 축제부터 막아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42개국에서 2103명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 환자 468명 가운데 99%가 남성이었고, 이들은 대부분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초기에 동성애 그룹 안에서 확산됐기 때문에 동성애자가 많이 진단된 것뿐이다"고 강조했다. 동성애가 질병의 원인인 것처럼 비춰진 것은 일종의 '통계의 함정'이라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은 동성·이성 여부와 관계없이 피부접촉을 통해서 전파가 되기 때문에 성관계를 맺을 정도의 접촉이면 당연히 전파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밀접 접촉으로 전파되는 원숭이두창이 동성애자 집단에 유입됐기 때문일 뿐, 동성애가 원인은 아니라고 밝혔다. 드미트리 다스카라키스 CDC 국장은 "성별이나 성적 지향에 관계없이 누구나 원숭이두창을 전파시킬 수 있다"며 "동성애, 남성만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2015년 6월 9일 서울광장 맞은편 대한문 앞에서 건강한 사회를 위한국민연대와 전국학부모연합,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 등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종교단체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동성애 퀴어축제 취소 촉구 및 동성애 확산 조장하는 박원순 시장 규탄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사회적 낙인' 예방에 걸림돌…서울시 '퀴어축제 중단' 여론에 고심


전문가들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오히려 감염 예방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 중에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성도 있기 때문에 동성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면서 "확진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이뤄지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숨게 되고 통제가 안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이 사회적 낙인이 발발하면 의심 환자들이 숨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유입 사례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고, 문제가 되는 것은 유입 사례를 놓치게 될 경우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원숭이두창과 동성애 간 잘못된 인식과 파장으로 3년 만에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퀴어축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다음달 16일 하루동안 퀴어축제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을 승인했는데, 이를 두고 반(反)동성애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일사각오구국목회자연합 등 기독교단체들은 올해 퀴어축제를 취소해야 해외 동성애자들의 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도 "퀴어축제 진행을 반대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퀴어축제를 허용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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