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몸무게 서바이벌 티빙 ‘제로섬 게임’, 1일부터 공개
거액의 상금을 걸고 경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예능가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 등에서 주로 활용되던 이 방식이 유튜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거치면서 ‘날것’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제는 리얼리티 부각을 위해 가상의 상황이 아닌, 실제 상황까지도 콘텐츠 안으로 옮겨오는 경우들이 생겨나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티빙에서는 오리지널 예능 ‘제로섬 게임’ 1, 2회가 공개됐다. 거액의 상금을 사수하기 위해 몸무게를 두고 펼쳐지는 심리 게임을 담는 서바이벌 예능으로 10명의 참가자가 찜질방에서 6박 7일 동안 머무르면서 ‘몸무게 총합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미션을 수행한다. 참가자 총합 몸무게 유지 여부에 따라 총상금이 변하게 된다.
제작진은 정해진 시간마다 몸무게를 재면서 미션 수행에 긴장감을 더하는 것은 물론, ‘유지어터’들에게는 특혜를 제공해 심리 싸움에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초반 1, 2회에서 참가자들은 몸무게 유지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 분투하는 것은 물론, 탈락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해당 카드를 적절하게 숨기고 공개하는 등 심리 싸움을 펼치면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개그맨 김명선, 김병선을 비롯해 아나운서 박서휘, 유튜버 과로사, 딕헌터, 안무가 리안, 트레이너 오관우 등 연예인과 크리에이터, 일반인 등 다양한 출연진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물론 고립된 공간에서 상금을 두고 게임을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제로섬 게임’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방송이 됐었다. ‘더 지니어스’ 시리즈를 비롯해 ‘소사이어티 게임’ 등이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456억 원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을 배경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거액이 걸린 만큼, 이를 위해 과감한 선택과 시도를 하는 참가자들의 분투가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대부분 ‘제로섬 게임’처럼 속고 속일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 이들의 심리 싸움을 보는 묘미 또한 있다. 예능 콘텐츠에서는 드라마 속 상황처럼 피 튀기는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지만, ‘실제 상황’에서 나오는 각종 변수들이 드라마 콘텐츠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곤 했다.
다만 유튜브, OTT 등에서 이 묘미를 활용한 서바이벌 콘텐츠들을 선보이면서 지나치게 ‘날 것’을 강조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어 우려를 모은다. 대표적으로 유튜브에서 방송된, 4억 8000만 원의 상금을 걸고 밀폐된 공간에서 서로 속고 속이는 과정을 담은 ‘머니게임’에서는 참가자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다루는 과정에서 실제로 심각한 갈등들이 벌어진 바 있다. 실제 선수 또는 전문가로 구성된 출연진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합숙을 하고, 세트장에 설치된 링에서 상대를 지목해 격투하는 과정을 다룬 카카오TV ‘파이트 클럽’이 폭력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었다.
‘제로섬 게임’은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되던 그간의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살’이라는 다소 보편적인 소재를 주제로 삼은 만큼, 유쾌하고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이 되며 심각성을 다소 낮추기는 했다. 다만 가상의 상황이 아닌, 실제 몸무게를 걸고 경쟁을 펼치게 되는 프로그램 콘셉트 특성상 참가자들의 무리한 선택들이 이어진 것은 걱정되는 부분이다. 총상금을 늘리기 위해 출연자들이 급하게 음식을 섭취했다가, 다시 몸무게 유지를 낮추기 위해 살을 빼는 등 참가자들에게 무리가 갈 수도 있는 상황들이 벌어진 것.
상금이 결정된 이후에는 적절한 무게를 유지하기만 하면 되지만 지나치게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흐름이 또 어떤 상황으로 이어지게 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천장에 매달린 돈의 존재를 강조, 부각하며 금전적 이익을 강조하는 것 역시도 물질 만능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앞서 SBS는 ‘학자금’을 걸고, 헤어진 부부가 재결합을 해 챌린지를 진행하는 콘텐츠를 예고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 5월 SBS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새 예능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게재했는데, 해당 공고에는 “자녀를 위해 3일만 다시 부부가 되시겠습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이혼 부부가 아이를 위해 한 팀이 돼 다양한 챌린지에 도전합니다. 챌린지를 통해 선정된 우승팀에게는 자녀의 학자금이 수여된다’라는 프로그램의 의도가 적혀있었던 것.
단순히 상금이 아닌 학자금을 지급한다는 점, 우승팀 외 출연자에게는 자녀 전문가 심리 상담 기회를 제공하면서 보호망을 구축해두긴 했지만, 금전적 이익을 걸고 일시적 재결합을 유도하는 것이 어떤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가정사가 공개되는 예민한 일에 ‘챌린지’라는 이름을 붙여 미션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각종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무한 경쟁 중인 상황에서,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소재를 접하는 것이 흔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간의 경쟁을 위해 출연자들을 무한 경쟁 상황으로 내몰고, 이를 통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금전적 이익을 위해 다투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긴장감 넘치게 담아내는 것 외에는 어떠한 메시지도 읽어낼 수 없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우려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