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프루나…서비스 품질·창작욕 저하·가격왜곡 우려"
“어떤 권리도 없는데 콘텐츠를 무단으로 판매하는거잖아요. 백화점 유명 빵집 앞에서 빵을 산 뒤에 그걸 조각내서 빵 집 앞에서 파는 거랑 뭐가 다른가요”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권 쪼개기 판매 논란을 일으킨 스타트업 '페이센스'를 두고 국내 OTT 업체 관계자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OTT 3사는 현재 페이센스에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뒤 법정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페이센스는 기존 한 달 단위로 판매되는 OTT의 이용권을 하루 단위로 쪼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신생 스타트업이다.
페이센스가 OTT업체들과 법정 공방을 벌이는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OTT 업체 허락 없이 무단으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별 이용권이 최대 1만 7000원인 점을 감안했을 때 페이센스가 계정 하나당 벌어들이는 수익이 7만원 수준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최근 페이센스 논란을 보고 있으면 과거 2002년에 유행하던 온라인 P2P(개인 간 거래)프로그램들이 떠오른다. 당시 대표 P2P프로그램인 프루나는 인터넷에 별도 서버를 구축해 각종 동영상과 음악, 문서, 이미지 등 콘텐츠들을 무료로 배포했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돈을 낼 필요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을 내려받았다. 참 편리한 서비스였다. 돈을 내지 않고도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P2P 업체들의 등장은 우리 삶에 편리함만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공유 사이트 답게 보안은 취약했고, 제목과 다른 '낚시성' 콘텐츠에 무자비하게 노출됐다. 특히 최신 영화나 가요가 무료로 풀리면서 관련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에는 돈 주고 영화 보는 사람을 '바보'라고 불리기도 했다.
프루나의 등장은 서비스 품질 저하와 시장 가격의 왜곡, 더 나아가 창작욕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됐다. 결론적으로 제값을 주고 콘텐츠를 즐긴 사람이나, 무료로 본 사람이나 알게 모르게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기업들은 자사 상품에 투자하기를 겁내고, 저작권 침해로 허탈감에 빠진 작가들도 '명작'을 내놓지 못하고 떠났을 것이다.
물론 페이센스와 프루나를 동일 선상에 놓고 보기는 어렵다. 페이센스는 OTT 업체의 고객 중 한 명으로 가입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을 수많은 고객 중 한 명으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어떤 고객도 자신의 아이디를 재판매하며 이득을 취하진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같은 서비스가 지속될 경우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