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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가 골목상권 포식자인가


입력 2022.07.07 07:07 수정 2022.07.07 06:55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상순 인스타그램 ⓒ이상순 인스타그램

최근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제주도 찻집으로 인해 논란이 일었다. 개업하자마자 손님들의 행렬이 100m 정도에 달하는 등 혼잡이 빚어졌고 결국 이효리 측에서 일시 휴업 후 전면 예약제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대해서 이 찻집 때문에 주변인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이효리 이상순의 찻집은 제주도의 어느 조용한 마을에 있다고 한다. 조용한 마을이라면 사람들이 몰렸을 때 주민들이 불편할 수 있다. 이왕이면 유명 연예인이 찻집을 낼 땐 상업지구나 아예 외딴 곳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앞으론 예약제로 운영한다고 하니 주민 불편이 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비판의 논점이 ‘조용한 마을’에서 그치지 않고 유명 연예인의 업소 그 자체로 흘렀다. 이효리 같은 유명 연예인이 업소를 내면 주변 업소들이 초토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전여옥 전 의원이 ‘유명 연예인은 재벌 자제 이상의 존재, 움베르토 에코에 따르면 이 시대의 왕족 귀족, 이효리 이상순으로 인해 주변 커피숍 초토화’라고 주장했는데 놀랍게도 이런 논리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건 대형 자본으로 인한 골목상권 파괴를 염려할 때 등장하는 논리다. 강자가 업장을 내면 자영업 약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럴 때 강자는 흔히 기업형 대형업소, 대형 프랜차이즈, 재벌 자본 등이 거론된다. 일반적인 개인업소를 문제 삼는 경우는 없었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찻집은 20석 규모의 개인찻집이라고 알려졌다. 이 정도 규모라면 외부에서 이효리 이상순 업장에 가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만으로도 차고 넘칠 것이다. 이효리 찻집의 손님들은 인근 업소의 손님이 아니라 아예 외지인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효리 찻집이 안 생겼다면 인근 찻집으로 갈 사람들이 아니라, 애초에 해당 지역을 찾을 일이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피해 운운하며 이효리의 20석 찻집을 염려하는 이들이 평소 대형업소, 프랜차이즈, 재벌자본 등의 골목상권 잠식에 얼마나 목소리를 냈는지 의문이다. 제주도에도 이미 프랜차이즈 찻집 등이 진입했다. 이에 대해선 목소리를 냈을까? 그렇지 않고 이효리 찻집만 문제 삼는다면, 자영업 피해는 구실이고 사실은 이효리 때리기가 주목적인 것 같다.


이효리로 인해 제주도 열풍이 불면서 제주도민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이익이 갔다고 알려졌다. 이것을 무시하고 마치 이효리로 인해 제주도 자영업자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홍석천이 이태원 상권을 살렸다고 칭송 받는데, 그가 한 일은 이태원에 가게를 내고 영업한 것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연예인들이 자영업을 하고 있다. 이중엔 대형업소도 있다. 지금 이효리 찻집을 비판하는 이들이 제주도의 다른 연예인 찻집이나 기타 연예인 업소에 그동안 비판 목소리를 냈는지도 의문이다. 다른 곳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으면서 이효리 이상순의 20석 찻집만 문제 삼는 이들이 있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다 되도 이효리 부부만은 찻집 하나도 못한단 말인가? 우리나라가 개인이 가게를 내고말고 정도는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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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최현석 2022.07.07  09:32
    좋은 지적이십니다.
    이효리가 보기 싫은 건 이해 가지만, 그렇다고 억지논리를 내세워서 까는 건, 진정한 보수의 자세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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