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수지의 ‘욕심’이 완성한 ‘안나’

“첫 촬영 때부터 불안감 사라져…정말 유미가 된 것 같았다.”

“목표를 안 정한 지가 꽤 됐다…내려놓는 것도 편안해질 수 있는 한 방법일 것 같았다.”

배우 수지가 ‘안나’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그동안 보여줬던 청순한 모습은 완전히 지우고, 어둡고 서늘한 얼굴을 드러내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새로움에 과감하게 도전한 그의 용기가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나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수지는 이름, 가족, 학력, 과거 등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에서 거짓 인생을 사는 안나(유미)를 연기했다.

ⓒ쿠팡플레이

거짓말을 시작하기 전인 10대 시절 유미부터 가짜 인생을 살며 파국으로 치닫는 30대 시절 안나까지. 한 여성의 일대기를 안정적으로 연기해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해보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법도 했지만, 수지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유미와 안나에게 강한 끌림을 느꼈다.

“대본을 읽었을 때 미묘한 감정들을 많이 느꼈다. ‘내가 왜 이 친구를 응원하고 있지?’라는 순간이 있었다. 그의 인생이 안쓰럽고, 가혹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친구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출연을 결정한 이유다. 막연하게 자신감이 있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고, 잘 표현을 해낼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부담감이나 불안감도 있었지만, 결정을 하면 그다음은 결과로 만들어내면 되니까. 그 정도로 욕심이 났던 작품이라 부담감을 안고 선택했다.”

안나의 디테일한 감정까지도 이해한 수지는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될 수 있었고, 점차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호평을 끌어냈다.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극찬까지 받으면서 촬영 전 가졌던 욕심이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는 것을 완벽하게 입증한 것이다.

“첫 촬영 때부터 불안감이 사라졌다. 촬영 전까지는 유미가 되기 위해 분석을 하며 노력했었는데, 첫 촬영 때부터 너무 편안함이 느껴지는 거다. 정말 유미가 된 것 같고. 유미로서 연기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겠다는 걸 첫 촬영 때부터 느꼈던 것 같다.”

물론 거짓말을 일삼다 자신의 인생까지 가짜로 만들어 버린 안나의 감정에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전문가에게 ‘리플리 증후군’에 대한 조언을 받으며 촬영에 임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가끔 안나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혼란 또한 안나의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든 이후에는 더욱 확신을 가지고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

ⓒ쿠팡플레이

“안나일 때 혼란스러운 기분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유미일 때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는데, 안나를 연기할 때는 이해를 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 중, 후반부에는 ‘이게 진심인 건지’, 아니면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이런 대사들을 하는 건지’ 고민을 했다.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면서도 모호함이 생기더라. 심리 상담사 분께 자문을 구했었는데, 그런 고민이 될 때도 전화해 이야기를 나눴다. ‘수지 씨가 생각하는 감정이 맞는 것 같다’라고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더라. 애매하고 모호한 채로 하는 것도 유미의 마음일 수 있겠더라. 그런 복잡한 마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란이 들 때는 이런 식으로 극복을 해나갔다.”

새로운 도전 끝에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낸 수지지만, ‘안나’의 ‘다음’에 대한 큰 고민은 하지 않고 있다. 특정한 목표를 정해두고 나아가기보다는 주어진 일, 현실에 충실한 것이 수지의 지향점이기 때문이었다.

“목표를 안 정한 지가 꽤 됐다. 옛날에는 하루, 하루를 열심히 보내자는 마음이 컸는데, 지금도 물론 열심히 안 한다는 건 아니지만 뭔가를 해내겠다는 생각을 덜어내고 좀 자연스럽게 하려고 한다. 그런 목표를 잡았다. 계속 뭔가를 꽉 붙잡고 사는 건 너무 힘들더라. 내려놓는 것도 편안해질 수 있는 한 방법일 것 같았다.”

‘안나’ 역시도 주인공의 선택을 따라가며 즐겨주기를 바랐다. 이 과정에서 ‘안나’가 담고자 했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느껴주기를 바란 것이다. 수지는 ‘안나’를 찍으며 느낀 바를 언급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설명했다.

“일단 유미가 얼마나 선을 넘는지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안나의 욕심이 없어지는 순간들을 보면서 ‘내가 왜 거짓말을 하며 살아왔나’ 그런 걸 느끼는 것도 있었다. 왜 이 여자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또 유미가 왜 그런 걸 하게 됐는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부분도 있었다. 그 여성의 인생을 한 번 이해해보고자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회가 안나를 만드는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 왜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지,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그런 것도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