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에 수입보험료 뒤처져
변호사비용·벌금 보장 '한계'
생명보험사들이 손해보험의 영역으로 여겨진 운전자보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올해 경영실적이 악화한 생보업계에서 수익 창출을 위해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다. 다만 현행법상 변호사선임비용 등 보장은 포함할 수 없어 반쪽짜리 운전자보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생보사들이 운전자보험의 주요 특약인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이하 자부치)를 상해보험에 끼워 팔고 있다. 자부치 특약은 자동차 사고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부상 치료를 받았을 때 부상 급수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이다.
NH농협생명은 지난 11일 자동차 사고로 상해가 발생했을 때 자부치 급여금을 주는 New삼천만인NH재해보험(무)을 출시했다. 최근 운전자 수 및 자동차 사고가 증가하는 시대 상황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 4월 자부치 특약을 포함한 흥국생명 다사랑OK상해보험을 출시했다가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이후 동양생명도 주계약을 재해사망으로하고, 자동차 사고에따른 치료·수술·입원비를 보장하는 특약을 포함한 무배당 수호천사내가만드는상해보험을 내놨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도 자부치 특약 담보를 탑재한 상해보험 출시를 검토 중이다.
보험업법상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팔 수 있는 영역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사망 또는 생존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은 생보사만, 물적 손해인 자동차보험은 손보사만 팔수 있는 게 대표적이다. 부상 급수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근거하기 때문에 운전자보험은 대개 손보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다만 자부치 특약의 경우 상해보험, 질병보험, 간병보험 등 생보사와 손보사가 함께 팔 수 있는 제3보험으로 분류돼 생보사에서도 판매할 수 있다.
생보업계가 최근 운전자보험 시장에 뛰어든 배경은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생보사 주력상품인 종신보험, 저축보험 등 인기가 시들면서 매출 실적이 크게 줄었다.
생보사 23곳의 올해 1분기 수입보험료는 25조985억원으로, 손보사 수입보험료인 25조7717억원보다 6732억원 적다. 손보사의 수입보험료가 생보사를 제친 것은 금융감독원이 보험사 경영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했던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운전자보험은 손해율이 낮고 만기가 짧아 수익성이 높은 상품으로 통한다. 2020년부터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를 다치게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날 경우 가중 처벌이 가능한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생보사가 출시하는 자부치 특약의 경우 치료비 등 상해보장은 가능하지만 민식이법에 대비할 수 있는 변호사선임비용, 벌금 등의 비용 보장은 불가능해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장점은 있지만, 보장 내용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해 필요한 비용 보장을 받지 못할 경우도 있다"며 "민식이법을 대비하려는 고객들에게 생보사 자부치 특약은 반쪽짜리 보험일 수 있어 보장을 제대로 확인하고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