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제 재원 3355억원…에디슨모터스 인수 추진 때와 큰 차이 없어
관계인 집회에서 상거래 채권단 거부시 인수 무산
쌍용자동차가 KG그룹으로의 인수를 통한 기업회생을 눈앞에 두고 또 다시 암초를 만났다. 회생채권비율이 상거래 채권단의 요구에 비해 턱없이 낮아 회생계획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에디슨모터스와 본계약까지 체결했다가 인수가 무산된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상거래 채권단에 회생채권 현금 변제율을 6% 수준으로 통보했다.
쌍용차 측은 “현재 회생계획안을 작성 중으로, 정확한 변제율은 작성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이나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KG그룹 측으로부터 유입되는 자금 규모와 성격을 보면 현금 변제율이 6%에서 크게 높아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KG그룹의 쌍용차 인수 총액은 9000억원이지만, 그 중 실질 인수대금은 3355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5645억원은 추가 발행된 신주 인수 방식으로 쌍용차에 운영자금으로 지원된다.
즉, 변제 재원은 인수와 함께 지급되는 3355억원이다. 그 중에서도 3000억원 이상은 관계 법령 및 청산가치 보장 등에 근거해 회생담보권과 조세채권을 100% 변제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남는 돈은 300억원 가량이다.
상거래 채권단의 회생채권은 약 5470억원 규모다. 변제 재원 잔액 300억원 가량을 모두 투입한다고 해도 변제율은 6%에 못 미친다.
지난 2월 에디슨모터스와의 투자계약 내용을 반영한 회생계획안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계약상 에디슨모터스의 인수대금은 3049억원이었고, 전액을 변제 재원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그 중 회생담보권 2320억원과 조세채권 558억원을 제하면 남는 돈은 171억원이었다. 그나마 일부 금액을 제하고 96억원 가량만 회생채권 변제 비용으로 잡아 1.75%의 변제율을 제시했다. 나머지 98.25%는 출자 전환하는 내용이었다.
상거래 채권단이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회생계획안이 법원의 최종 인가를 받으려면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주주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쌍용차 회생채권 중 70%에 육박하는 3802억원을 쥐고 있는 상거래 채권단이 반대한다면 회생계획안 통과가 가능할 리 없다.
결국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 잔금을 납입기한 내 납부하지 못하면서 인수계약이 해지됐지만, 설령 납부가 이뤄졌더라도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통과되지 못해 인수가 무산됐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이번 KG그룹과의 투자계약 내용을 반영한 회생계획안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전체 투자 규모는 에디슨모터스보다 크지만, 그 중 상당부분을 신주 인수에 사용한 데다, 산업은행 채권과 조세채권 등에 대한 연체 이자가 늘어나면서 회생채권 변제 재원은 비슷한 수준이 됐다.
상거래 채권단은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추진 당시 변제율을 최소 50% 이상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었다. 이를 충족시키려면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더 투입하거나 신주 인수 금액을 줄이고 변제 재원으로 돌려야 한다.
채권단의 반발로 1차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되더라도 법원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줘 새로운 회생계획안을 만들어 2차 관계인집회를 열 수도 있지만, 획기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상황은 바뀌기 힘들다.
법원이 청산가치보다 회생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할 경우 강제 인가를 결정할 수도 있다. 앞서 지난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 때도 두 차례에 걸친 관계인집회가 모두 채권자들의 극심한 반대로 강제 인가를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강제 인가가 쉬운 일이 아니다. 2009년 회생절차 당시에는 해외 채권자들이 많아 쌍용차의 존속 가치보다 채권회수를 우선순위로 뒀던 상황을 감안해 법원이 강제 인가 결정을 했지만, 이번엔 쌍용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이 채권단의 주를 이루고 있어 강제 인가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변제율이 1.75%건 6%건 채권단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최종 회생계획안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대로라면 인수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