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번째 실용위성 발사 능력 보유국 등극
민간기업, 누리호 후속 발사 참여해 기술 전수
달, 화성 가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 탄력
지난 6월 21일, 국내 첫 독자 우주 발사체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궤도 진입에 이어 성능검증위성을 우주에 안착시키고 지상과 교신까지 성공했다. 1톤급 실용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세계 7번째 우주강국으로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2010년 누리호 개발이 시작된 이래 12년 만이며, 더 거슬러 올라가 1993년 최초 과학관측로켓 '과학1호' 발사 이래 30년 만이다. 이제는 해외에 의존할 필요 없이 우리 계획에 따라 우리 위성을 우리가 원하는 때에 우주로 보낼 수 있게 됐다.
누리호는 이륙한 후 1단, 페어링(위성 덮개), 2단, 성능검증위성, 위성모사체 등을 차례로 분리하며 모든 비행 절차를 수행했다. 특히 성능검증위성은 고도 700km 궤도에 진입한 후 초속 7.5㎞의 속도에 도달함에 따라 궤도 안착에 성공했다.
1차 발사 이후 8개월 만의 재도전에서 성공을 이뤄낸 것이라 의미가 깊다.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21일 첫 발사에서 이륙 후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 연소 시간이 당초 목표보다 모자라 위성모사체가 지구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
이번 2차 발사 때는 위성모사체가 아닌 실제 작동하는 위성을 탑재해서 목표 궤도에 안착해 1차 발사 때의 아쉬움을 제대로 털어냈다.
대학생들이 개발한 4개 큐브위성(조선대·카이스트·서울대·연세대) 모두 사출(우주 공간으로 내보냄)하는 작업도 성공했다. 성능검증위성에서 분리된 4기의 큐브위성 중 한국과학기술원(KAIST)팀과 서울대팀이 개발한 위성은 지상국과 원활하게 양방향 교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호는 설계·제작·조립까지 모두 자력으로 만든 첫 발사체라는 데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는 1993년 10월 과학로켓인 '관측로켓 KSR-I(Korean Sounding Rocket-I)' 발사를 시작으로 발사체 자력 개발에 힘을 쏟았고 3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우주개발 자립 시대 활짝…우주산업, 민간 주도로 재편
누리호 발사 성공을 기반으로 우리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쏘아 올리고 우주탐사를 실현할 수 있는 우주개발 자립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누리호 반복 발사를 통해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발사체 신뢰성을 강화해 우주개발 독립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선다는 목표다.
정부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발사체 기술력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우주산업이 민간기업 주도로 재편되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누리호의 원천 기술을 이어 받을 민간업체를 선정하는 절차가 오는 9월 진행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 제42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열어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 체계종합기업 선정 계획안'을 심의·확정했다.
이를 통해 선정될 체계종합기업은 고도화사업을 통해 내년부터 2027년까지 항우연과 공동으로 누리호를 4회 더 우주로 쏘아올려 누리호 설계·제작과 발사에 대한 기술을 이전 받을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차세대 소형위성 2호, 2024년 초소형위성 1호, 2026년 초소형 위성 2~6호, 2027년 초소형 위성 7∼11호 등 실용 위성을 수송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6873억원이다.
정부는 지구궤도를 넘어 달과 화성까지 독자적 수송능력 범위를 넓히기 위해 차세대 발사체(KSLV-Ⅲ) 개발사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 예비타당성조사가 지난 5월부터 진행 중으로, 2023년부터 2031년까지 9년간 1조9330억원(국고 1조9190억원, 민자 140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2030년에 차세대 발사체를 활용한 달 착륙 검증선을 발사해 성능을 확인한 후 첫 임무로 2031년 달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차세대 발사체의 수송능력을 대폭 늘려 우주 관광과 대형 화물 수송이 가능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차세대 발사체의 설계부터 최종발사에 이르는 전 과정 역시 항우연과 추후 선정될 체계종합기업이 공동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