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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삼성전기 게임체인저 FC-BGA, 이재용이 부산 찾은 이유있었네


입력 2022.07.17 11:00 수정 2022.07.17 21:59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삼성전기, 올해 3분기에 국내 최초 '서버용 FC-BGA' 양산

부산은 국내 최대 생산기지, '하이엔드급 전략기지'로 전문화

반도체 산업 성장에 패키지 기판 수요 급증..."없어서 못 팔아" 반색

삼성전기 임직원이 반도체 패키지기판 제작 공법을 설명하고 있다.ⓒ삼성전기

"이물과의 전쟁"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패러디한 입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주연 배우들 얼굴엔 직원들 얼굴이 합성돼있고 '폼 나게 살아야 될 거 아이가' 라는 본래 문구 대신 "PS(성과급) 따블 가야될 거 아이가"가 적혀있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 생산의 경우 그 특성상 먼지가 한 톨이라도 있으면 안된다. 사업장 건물 앞에 이물과의 전쟁이란 재치있는 문구가 붙은 이유다. "이물을 차단하고 생산성을 높여 보너스 좀 '따블'로 받아보자는 독려 차원"이라는 삼성전기 직원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삼성전기는 최근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패키지 기판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 메인보드와 CPU·GPU 등 반도체 사이의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고, 두뇌격인 반도체를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는 등 신경과 뼈대 역할을 동시에 맡는 패키지 기판, 그 중에서도 특히 차세대 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lip-Chip Ball Grid Array, 이하 FCBGA)의 성장에 회사는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이재용 부회장은 직접 부산을 찾아 패키지 기판 공장을 시찰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전기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된 FCBGA의 가장 큰 캐파를 담당하고 있는 부산사업장을 지난 14일 직접 찾았다.


삼성전기는 지난 1991년 처음 기판사업을 시작한 후 1997년 패키지용 기판인 IT용 서브기판 BGA(FC-CSP)를 첫 양산했다. 2000년대 이후엔 IT 버블로 정체기를 맞이했지만 패키지솔루션 사업 발전으로 2002년 처음 FC-BGA 양산에 성공했다. 현재 세종·부산·베트남 등에 거점 생산기지를 두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부산사업장은 2004년 세계 최초 두께 130um이하의 가장 얇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개발하며 핵심 거점 전략기지로 성장했다.


삼성전기 반도체 패키지기판 제품사진.ⓒ삼성전기
하이엔드급 '서버용' 공략...격차 벌릴 계획


삼성전기의 주력 포트폴리오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반도체 기판, 카메라 모듈로 총 세가지 부문이다. 모두 서버, 로봇, 메타버스, 전장, 환경 등 5대 사업과 깊숙하게 연결돼 있다. 그 중 이날 현장 시찰의 중심이었던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해당 5대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안정적 공급과 효율 개선이 전제돼야 하는 부문이다.


패키지 기판은 크게 두가지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용인 FC-CSP,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CPU용 FC-BGA다. 특히 그 중에서도 현재 삼성전기가 집중하는 부분은 PC, 서버, TV, 셋탑박스 등에 들어가는 FC-BGA인데 그 중에서도 '서버용'에 주력하고 있다. 서버용의 경우 기술 난도가 높아 후발 주자들의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진입에 잘 성공할 경우 타 업체들과 초격차를 벌일 수 있는 기업 핵심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버용은 연산처리능력과 연결 신호 속도 향상 등 고성능화에 대응하기 위해 하나의 기판 위에 여러 반도체 칩을 한번에 실장 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모바일에 탑재되는 패키지 기판이 아파트라면 서버는 100층 이상 초고층 빌등격에 해당한다. 기판 면적과 층수도 넓고 높아질 수 밖에 없어 생산 수율 관리가 까다롭다. 결국 서버용 경쟁력은 기술 및 설비 구축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 최근 삼성전기가 해당 사업에 1조9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같은 '하이엔드급' 서버용의 경우 기술력 한계로 현재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등 관련 업계 중 10%만이 진입에 성공한 상태다. 이에 삼성전기는 올해 3분기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며 이비덴, 신코덴키 등 두 곳과 함께 연내 글로벌 3강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전경.ⓒ삼성전기
삼성전기 "없어서 못 판다"


이날 현장 시찰은 생산 시설 중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삼성전기의 기술을 자랑하는 '미세 가공 기술'과 '미세 회로 구현', '신호 불량 체크' 등으로 이뤄졌다. 한정된 기판 안에 많은 성능을 담기 위해선 많은 길(회로)이 필요하다. 여러층으로 쌓아올린 기판에 구멍을 뚫고 도금 작업을 거쳐 층별로 신호가 오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한다. 각 층들을 연결해주는 구멍 '비아(Via)'의 경우 통상 80um(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면적 안에 50um 수준의 구멍을 오차 없이 뚫어야 하기에 정교한 가공 기술력이 필요하다.


사업장 관계자는 "삼성전기는 A4용지 두께의 1/10인 10um 수준의 비아를 구현한다"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보안 등의 이유로 전 공정 과정을 볼 순 없었지만 관계자들은 "설비 가동률이 100%인 만큼 수율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업장 설비를 꽉 채워 공장을 돌리고 있음에도 워낙 수요가 높아 공급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기 패키지 기판의 생산실적은 70만 3000㎡(제곱미터)로 축구 경기장 100개 면적과 맞먹는다"며 "기판이 없으면 반도체를 못만드니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을 높게 불러서라도 물량 확보에 혈안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했다.


반도체 시장은 올해 6760억 불 수준으로 전망된다. 팬데믹 이후로 반도체 시장이 고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4% 수준으로 성장 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과거 반도체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제조사는 제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러 빅테크 기업들이 핵심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외주를 통해 칩 생산에 나선 상태다. 황치원 상무는 이를 두고 "상당한 실력의 대형고객사 등장은 저희에겐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반색을 표했다.


패키지 기판은 올해 113억 불 수준으로 예상되며 모바일용, 컴퓨터용 등을 합쳐 연평균 10% 수준으로 성장해 2026년에는 170억 불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안정훈 삼성전기 패키지 지원팀장은 "패키지 기판 시장은 지금 가장 부족하고 사업성이 높다"며 "특히 하이엔드 기술이 필요한 5G 안테나, ARM CPU, 서버,전장,네트워크와 같은 분야가 주축이 돼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부산사업장, 하이엔드급 전력 기지로


삼성전기 측은 이날 미래먹거리로서의 FCBGA 가능성에 이어 그를 뒷받침하는 부산사업장의 역할을 수차례 강조했다. 안정훈 패키지 지원팀장은 "모바일용은 세종에서 생산하는 반면, 좀 더 퍼포먼스가 큰 제품인 PC용 등은 부산과 베트남에서 생산하는데 연구개발의 거점이 바로 부산사업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부산사업장의 규모는 약 8만 평, 근무 인력은 약 4500명이다. 엔지니어 확보가 핵심인 산업 특성상 대도시 인력풀과 대학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최근 베트남 사업장에 1조가 넘는 투자가 이어진 것과 관련,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삼성전기 관계자는 "가장 많은 투자로 공장을 가동시키는 부산 사업장은 현재 완전 포화 상태다. 시장이 커지다보니 생산거점을 늘린 것일 뿐"이라며 "부산사업장은 하이엔드급 생산 기지로 전문화해 패키지 기판 사업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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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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