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오늘 출마 선언…비명계 합동 공세
97그룹 중 박주민만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
정치적 지향점 달라 실현 가능성 낮단 관측
성사되더라도 낮은 경쟁력에 효과 의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가운데, 이 의원을 제외한 당권 주자들의 예비경선(컷오프) 전후 단일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단일화로 '반(反) 이재명' 전선의 결집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로 흐르는 선거 구도를 바꾸겠다는 그림이다. 하지만 비이재명계 후보들 사이에서도 단일화를 놓고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데다, 단일화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경쟁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점은 변수다.
이 의원이 당대표 선거 출마를 확정 지으면서, 이 의원과 비명계 후보 간의 전선이 더욱 뚜렷해진 모습이다. 이날 현재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97그룹의 '양강양박(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과 3선 중진 김민석 의원 등이다.
이 의원의 출마 선언 직후 5선의 설훈 의원도 등판을 예고했다. '비명계 후보들은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고, 이 의원이 통합의 적임자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등 '합동 공세'를 펴고 있다.
이들은 이 의원이 당대표로 당선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비명계 후보 중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박용진 의원이다.
박용진 의원은 최근 MBC라디오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둬야 국민들이 바라보는 역동적인 전당대회가 만들어지고, '어대명'이라는 프레임을 깰 수 있다"며 "단일화 대상은 '97그룹'으로 한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일화는 예비경선 전이든 후든 열어 놓고 적극적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뜻만 맞는다면 시기에 상관없이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강병원 의원과 강훈식 의원도 단일화 여지를 열어두고 있지만, 논의 시기는 컷오프 이후로 못 박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최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출마 후보군이 대략 7명으로 보이는 데 우선 3명으로 압축되는 컷오프에 살아남아 이후 97그룹 등과의 단일화에 적극 임하겠다"고 말했다.
강훈식 의원도 BBS라디오에서 "단일화 (논의는) 당연히 닫아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 민주당이 어떻게 나가겠다는 걸 충분히 보여드린 다음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단일화 시기에 대해서는 "컷오프 전에 어떻게 하느냐. 사실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여론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중앙위원들이 그분을 찍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의원과 설훈 의원도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의원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박주민 의원은 최근 MBC라디오에서 "4명(97그룹 당권 주자)의 경우에도 성장한 배경이라든지 정치 입문 후의 행보가 다른데 무리하게 그룹으로 엮는 것이 과연 맞느냐"며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최근 뉴스1 인터뷰에서도 "어떤 의미의 단일화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비명계의 단일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주민 의원의 언급처럼 당권 주자들의 당내 기반과 정치적 지향점이 달라 막상 본선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군다나 여론조사 상으로 봤을 때 비명계 후보들의 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 KBC광주방송과 UPI뉴스가 넥스트위크리서치에 의뢰해 12~13일 조사하고 14일 공개한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이 의원은 38.6%로 1위를 차지했다.
박용진 의원은 15.6%로 2위를 차지했고, 박주민 의원이 8.8%, 김민석 의원이 4.0%, 설훈 의원이 2.9%, 강훈식 의원이 1.6%, 강병원 의원이 1.3%로 나타났다. 이 의원을 제외한 모든 후보들의 수치를 합쳐도(34.2%) 이 의원보다 낮다. (응답률 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친명계는 비명계 주자들이 단일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의원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에서 "(단일화는) 당원이나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정치인이 가진 비전, 가치, 열정, 의지를 평가해서 판단하지, 합쳤다고 각각의 정치인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이 하나로 가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이 의원은 17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 선언을 한다. 당대표 선거 후보 등록은 이날부터 18일까지이며, 28일 중앙위원회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예비경선을 진행해 본선 진출자를 3명까지 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