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상담·연애 예능 시작한 KBS
다소 심심한 전개로 시청자들 관심에서 멀어져
KBS가 상담, 연애 예능을 론칭하며 부지런히 트렌드를 쫓고 있다. 그러나 한발 늦은 소재에 ‘공익성’을 가미하다가 놓친 ‘재미’까지. 공영방송 KBS의 의미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KBS는 최근 3편의 신규 예능 프로그램을 론칭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예능 대세 오은영 박사와 양세형이 전국 방방곡곡의 사연자들을 찾아가 고민을 상담해 주는 ‘오케이? 오케이!’와 사소한 오해로 혹은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연인들에게 다시 사랑을 말할 기회를 주는 연애 프로그램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복고 감성 담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홍김동전’ 등 예능가에서 핫한 소재들을 담아내면서 젊은 층을 적극 겨냥 중이다.
남다른 기대감과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오케이? 오케이!’와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를 소개하는 제작발표회에서 조현아 KBS 예능센터장은 “하반기 들어서면서 이번 주에 세 가지 프로그램 론칭한다”고 소개하면서 “1차 시사를 했는데 자신 있다. 젊은 시청자들을 많이 끌어당길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현재 세 프로그램 모두 1~2%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당초 기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물론 프로그램이 가진 의미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케이? 오케이!’는 오은영 박사가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대중들을 직접 찾아가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고민과 이야기를 담아내며 기존의 자극적 사연을 쫓아가는 여느 상담 예능과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다.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역시 출연자들의 사연도 담기지만, 동시에 의미 있는 대화를 도출해내는 것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국제 연애 또는 한국의 연애, 결혼 문화 등 출연자들의 사연과 맞물리는 주제를 끌어내고, 패널들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면서 프로그램에 깊이를 더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 오은영 박사가 제작발표회에서 “KBS만큼은 방송의 순기능을 훨씬 더 많이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라며 강조한 방송의 공적인 기능이 이 프로그램들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만 트렌드와 방송의 순기능 사이 적절한 선을 지키면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KBS의 한계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iHQ ‘에덴’ 등 뒤늦게 도전장을 내민 콘텐츠들이 ‘일부러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부를 만큼 자극적인 사연과 전개를 펼치면서 화제성만큼은 확실하게 챙겨가고 있지만, KBS의 프로그램들은 시청률도 화제성도 모두 놓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
사실 젊은 시청층을 겨냥하며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하는 KBS의 시도가 이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앞서 근현대사를 짊어지고 온 ‘국민 아버지’와 여전히 인생의 답을 찾고 있는 ‘국민 아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부자 관계를 재조명하던 ‘갓파더’가 아버지-아들의 관계에서 벗어나 조나단과 가비, 최환희 등을 캐스팅하며 좀 더 넓은 의미의 가족을 다루는가 하면, 10대들의 경제생활을 관찰하는 ‘자본주의학교’를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리에 편성하면서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MZ세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요즘 것들이 수상해’를 통해서도 출연자의 연령대를 낮추며 좀 더 폭넓은 시청층을 겨냥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줬으나, 착한 전개와 흥미 사이 애매한 콘셉트로 이도 저도 아닌 결과들을 낳곤 했다.
이러한 시도도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포착하고, 관심사를 담아내면서 이것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것도 방송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다만 이미 흥한 소재를 KBS식으로 담아내는 지금의 시도로는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겠다’는 KBS의 의도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