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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두 마리 토끼 잡기 위한' 한국 영화의 선택적 한글 자막


입력 2022.07.28 08:08 수정 2022.07.28 08:0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김한민 감독 "전쟁의 밀도감 주기 위한 선택"

안방극장에서는 다국어 자막이 지원되는 글로벌 OTT를 통해 한국 작품을 볼 때 한글 자막을 켜고 보는 일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자막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배우들의 대사 전달과 상황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높이 산다.


그런 가운데 스크린에서도 완성도를 위해 일부 장면에 자막을 삽입하는 한국 영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와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이 사례를 제시한 주인공이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으로, 중후반 51분 해상 전투 신의 대사가 모두 자막 처리됐다.


이에 포격, 함성, 파도, 북 소리 등 전쟁의 상황을 생생하게 구현하면서도, 배우들의 지시나 독백에 가까운 대사들은 관객들에게 무리없이 전달된다. 또한 학익진의 전술로 왜군을 어떻게 물리쳤는지 역시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도 했다.


전쟁 신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자막은 사라진다. '명량' 개봉 당시, 명량대첩 신에서 배우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던 김한민 감독은 전작의 보완과 더불어 한산대첩 신의 위용을 보여주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밝혔다.


김한민 감독은 "전쟁 신의 사운드 에너지를 높이면, 대사가 잘 안 들렸다. 그렇다고 대사가 안 들린다는 원망을 듣기는 싫었다. 전쟁의 밀도감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한글 자막을 넣는다는 건 낯선 시도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본질에 하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역시 북한 캐릭터의 대사에 자막을 입혀 눈길을 끈 바 있다. 류승완 감독 역시 2013년 '베를린' 개봉 당시 북한 인물을 맡은 배우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남북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로, 류승완 감독은 전작의 지적을 반영해 관객들이 북한 말의 억양이나 단어를 불편함 없이 볼 수 있도록 자막을 삽입했다.


류 감독이 단순히 피드백 반영 만을 위해 자막 처리한 건 아니었다. 남한의 젊은 세대들이 이제 북한을 다른 나라로 인지하고 있는 시선으로 접근해, 북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도 담겼다. 시대상과 전달력 두 가지 의도를 전하기 위한 연출이었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한산: 용의 출현'이나 '모가디슈'는 급박한 상황을 다룬 영화들로, 사운드가 굉장히 중요하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자막이 언제부터 삽입되고 있는지 모를 만큼 자연스럽게 연출했고, 관객들도 OTT 영향으로 자막을 보는 일이 익숙하다"라며 "많은 한국 영화들이 좋은 완성도를 지녔음에도 기술 혹은 배우 발음, 발성 문제로 대사가 안 들린다는 지적을 듣고는 했다. '한산: 용의 출현'의 자막 처리 방식이 관객들에게 이질감 없이 다가간다면 앞으로 한국 영화의 자막 처리 방식에 또 다른 방향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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