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私談)으로 정치인들 호오(好惡) 감정 표현 당연
미국 대통령은 욕설 곧잘 해도 웃으면서 넘어가
입당부터 경선 후까지 후보 무시, 조롱한 당 대표
이런 사람에 대한 중립적 자세는 외계인만 가능
징계 후 자숙(自肅) 대신 ‘팔도유람’ 자기 정치에 열중인 이준석이 내부 총질 전문가라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알면서도 그것이 당과 대선 후보를 위한 일이었다고 우기고 싶은 이들이 있다. 이준석에 의해 당 최고위원이 된 김용태 같은 ‘준빠 청년’이 그 예다.
이 청년의 비문(非文)을 굳이 지적하는 이유는 그의 수준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 수준이 짜증을 일으킨다. 그의 다음 말은 윤석열 지지자들을 더욱 짜증나게 한다.
정권교체를 위해, 피와 땀을 갈아 넣었다? 그러면 윤핵관 타령하며 두 번이나 가출하고, 윤석열 위에서 상왕 노릇하려다 쫓겨난 김종인 편들며 내부 총질했던 건 뭔가?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 거짓 수사(修辭)를 부리고 있다.
‘준빠 국회의원’ 하태경은 이보다 한술 더 뜬다.
어처구니가 없다. 서울대와 운동권(주사파) 출신 이력이 다시 보인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항한 윤석열과 자기 당 대선 후보를 향해 내부 총질한 이준석을 동급으로 보고, 그의 대권 가능성을 높게 보는 수준이라니…….
하태경, 김용태 류의 준빠들은 알아야 한다. 이준석이 대표가 된 것은, 그의 실체를 알기 전에, 젊은 대표로 바뀐 당 이미지가 진보좌파의 장기 집권 획책 저지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 보수우파들의 순진한 바람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시기에 윤석열이라는, 보수 진영에서는 흔치 않은, 아주 괜찮은 상품이 출시되고 있었다. 태극기나 회색 후보가 아닌 학력, 경력, 인물에서 빠지지 않는 대선 후보에 하버드 출신 37세 당 대표는 환상의 조합이라며 이준석을 밀어 줬던 것이다.
‘역선택’도 한몫 했다. 당원 투표에서는 나경원이 압승했지만, 일반 국민 투표에서는 이준석에게 더 많은 표가 쏟아졌다. 정권교체 열망과 진보좌파들의 선호가 이준석 야당(당시) 대표를 낳았다.
이준석은 그의 능력과 자질로 보수 정당의 얼굴이 된 게 아니다. 이걸 모르고 나이답지 않은 권력욕과 싸움닭 근성을 날마다 내보이면서 윤석열과 당을 흔들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대선과 지선을 이길 수 있었냐고? 이준석이 이긴 게 아니라는 건 이준석도 안다. 지난번 당 윤리위에 출석하며 기자들 앞에서 눈물바람을 할 때 그 공치사를 했는데, 양심이 있으니 몇 마디 하면서 울먹이기 바빴다.
대선과 지선 승리는 윤석열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가 안 되고 홍준표나 유승민이 후보가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이 저 극악스러운 진보좌파와 이재명을 꺾을 수 있었을까?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두 사람은 신선미는 없고, 저들에게 잡힐 약점만 무수히 가진 약체들이었다. “윤석열과 김건희 약점은 어떻고?”라고 묻지 말라. 저들에게 약점 안 잡힐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다. 윤김 부부는 그 최대한을 잡혀서 고생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권을 따낸 사람들이다.
입당부터 경선, 후보 확정 후까지도 이준석이 한 일이 무엇인가? 윤석열을 무시하고 조롱하며 윤핵관들과 소란 피우는 게 일과였다.
이런 사람을 누가 예뻐할 수 있나? 더구나 윤석열은 그 분탕질의 직접 피해자다.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습니다.”
사담(私談)은 사담, 내부 총질한 사람 험담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대통령이 여야 정치인들에게 호오(好惡) 감정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대통령이니 무조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건 외계인에게나 요구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들은 욕설도 곧잘 한다. 레이건의 ‘개자식’ 사례는 유명한데, 바이든도 올해 초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보수 TV 기자에게 “멍청한 개자식”(What a stupid son of a bitch.)이라고 했다. 백악관 대변인의 해명 기자회견은 웃으면서 끝났다. 한국이라면 탄핵 말 또 나왔을 것이다. 여유도 없고 인간적이지도 않다.
윤심(尹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권성동이 ‘멍청하게’(멍청한 계산에 의해?) 찍힌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난 윤심(尹心)에 호들갑 떨지 말자.
성 접대와 증거 인멸 교사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것이지 그걸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해 대표직을 ‘압수’하도록 윤심이 작용했느냐 여부가 중요하진 않다.
대통령실 홍보수석 최영범은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애썼으나 정확한 윤심(尹心)에는 못 미쳤다. 참모라서 못한 말을 윤석열은 이렇게 직접 하고 싶었을 것이다.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