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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낡은 문법’ 된 19금 연애 토크…옛 예능 소환, ‘게으른 기획’ 안 되려면


입력 2022.08.10 14:08 수정 2022.08.10 14:08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7년 만에 돌아온 ‘마녀사냥’ 시리즈

첫회 공개 이후 실망감 어린 반응 이어져

7년 만에 돌아온 ‘마녀사냥’이 한층 과감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첫 회에서는 대화의 수위를 높인 것 외에는 뚜렷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일부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유발했다.


최근 각종 플랫폼에서 콘텐츠들을 쏟아내면서 과거 인기 예능, 드라마를 소환하는 움직임이 동반되고 있지만, 변화한 시대상을 고려하는 것이 숙제로 남고 있다.


ⓒ티빙 ⓒ티빙

지난 5일 티빙 오리지널 예능 ‘마녀사냥 2022’의 첫 회가 공개됐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JTBC에서 방송된 ‘마녀사냥’의 새로운 시즌으로, ‘낮져밤이’, ‘그린라이트’ 등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면서 젊은 층의 큰 관심을 받았던 연애 토크 프로그램의 원조가 7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원조 ‘마녀사냥’은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한혜진 등 출연자들의 솔직하면서 과감한 연애 이야기로 차별화를 시도한 프로그램이었다. 방송 당시 15세 관람가로 출발했지만, 이후 19세 이상 관람가로 시청 등급을 변경할 만큼 다소 수위 높은 대화들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대화 내용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음지에서만 이뤄지던 성에 대한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내려 한 시도만큼은 의미 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앞서 프로그램 론칭 소식을 전하면서 “OTT 플랫폼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더 솔직하고, 더 다양하게, 더욱 매운맛으로 기다려온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라고 예고했던 티빙은 첫 회부터 이 의도를 강하게 반영했다. ‘누구나 처음은 있다’를 주제로 펼쳐진 이날 대화에서는 ‘연인 간 첫 섹스 시기’에 대한 솔직한 의견들이 이어졌다. 젊은 층을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한 비비는 “두 그룹으로 나뉜다. 사귀자고 말하고 난 후 바로, 또는 사귀기 전에 해보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고, 코드쿤스트 또한 “제 친구들도 그런 경우가 많다”라며 공감했다. 이 외에도 “10대도 콘돔을 살 수 있다. 돌기형 빼고는”이라는 정보를 담아내는 등 젊은 층의 연애관을 엿볼 수 있는 현실적인 대화들이 이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대화들이 이제는 ‘마녀사냥’만의 차별점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연애의 참견’ 시리즈를 비롯해 사연자들의 현실적인 사연을 바탕으로 출연자들이 토크를 이어나가는 연애 토크 프로그램들이 ‘마녀사냥’ 이후 다수 방송됐던 것. 뜨거운 ‘에로’는 사라지고 웬수 같은 ‘애로’만 남은 부부들의 이야기를 담는 ‘애로부부’와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이미 수위 높은 사연과 대화들도 이뤄졌었다.


이미 케이블 채널, OTT 등을 통해 이러한 토크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마녀사냥 2022’ 첫회를 접한 이후 출연진 케미와 역량 등을 지적하며 실망감 표출했다. 사연을 읽는 출연자의 딱딱한 말투를 지적하는가 하면, 신동엽 외에는 토크 프로그램이 익숙하지 않은 출연자들이 대부분이라 토크의 재미가 떨어진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결국 ‘마녀사냥 2022’가 앞세운 차별점이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강점 외에 또 다른 장점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프로그램을 향한 실망감이 유발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각 채널은 물론 각종 OTT에서 수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인기 있었던 예능, 드라마를 다시금 소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미 보장된 완성도는 물론,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TV 플랫폼에서는 제한적으로 시도했던 정치 풍자를 시원하게 보여주면서 다시금 호응을 끌어낸 ‘SNL 코리아’ 시리즈처럼 OTT의 이점을 긍정적으로 활용한 사례도 존재한다. 짧은 영상이 유행하는 흐름 속,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여주는데 방점을 찍었던 ‘전체관람가+: 숏버스터’처럼 나름의 의미를 남긴 작품들도 있다.


다만 자극과 표현 수위를 높이는 것에만 방점을 찍는 안일한 방식은 시청자들에게 차가운 평가를 받기도 한다. ‘마녀사냥 2022’ 첫 회에 시청자들의 실망감이 있었던 것처럼, 앞서 카카오TV를 통해 부활한 ‘NEW 사랑과 전쟁’이 매운맛 전개를 예고하다가 특별한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혹평을 받은 바 있다.


현재 MBC는 21년 만에 ‘강변강요제’를 부활시키며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고 있다. 채널, 플랫폼 이동은 물론, 가요제의 부활까지. 구작들을 소환하는 범위와 방식이 넓어지면서 시청자들의 반가움을 유발 중이지만, 이것이 자칫 창작자들의 게으름만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시대상을 비롯해 달라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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