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로 공급 숨통 기대
4분기 실적 개선…“제품 생산비 등 하락 전망”
업계, 인건비·운송비↑…“인플레이션 단정 어려워”
세계 식량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에서 벗어나 간신히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최근 이상기후로 곡물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를 둘러싼 변수도 다양하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곡물의 글로벌 선물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7월에 8.6% 내려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합의로 봉쇄됐던 흑해 항로가 열리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는 밀과 옥수수 수출이 재개됐고, 북반구에 위치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밀 수확이 본격화하면서 물가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올해 4분기 이후 식품업계의 원재료비 부담이 줄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입 곡물이 주요 원료인 식품업계의 경우 가격 하락세는 4분기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이에 올해 상반기 원자재 값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던 주요 식품업체들은 올 하반기부터 한숨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한 식품업체들이 곡물가 안정에 따른 제품 생산비가 하락하면서 4분기부터 마진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선물가격 등락의 영향이 3∼7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단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4분기에는 곡물 수입단가가 3분기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식품업계, 아직 낙관하긴 일러…부정변수 다분
그러나 식품업체들과 경제 전문가들은 곡물 가격 하향세가 4분기 실적 개선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의 곡물 가격으로 회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최근 가뭄, 홍수, 이상고온 등으로 세계 각국의 곡물 재배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돼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유럽연합(EU)은 이상고온으로 인해 올해 곡물 수확량이 작년보다 5%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국제 곡물가나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 인플레이션이 끝나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가격이 하락한 만큼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특히 식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은 한 가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하반기 물가상승을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코로나19 사태로 운송료 상승, 에너지 가격 상승, 노동력 부족 등의 부정 요인 마저 뒤따르고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항로가 열렸다고 해서 국내 식품업체들이 바로 수혜를 입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 곡물을 직접적으로 쓰지 못하는 업체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류, 운송, 인건비 등 인플레 요인들이 사실 더 부담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현재 우크라이나가 개방된 것도 굉장히 제한적인 데다, 10월에 올해 수확된 물량이 나와야 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밀을 제대로 재배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건비, 운반비용, 유가, 금리 등 오른게 너무 많고 변수도 다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