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미수 혐의로 수감된 범죄자가 피해자에게 사과나 보상 없이 '죽을 권리'를 인정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살인 미수 혐의로 수감된 루마니아 출신 보안요원 외젠 사바우가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사바우는 지난해 12월 동료 3명에게 총을 쏜 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1명도 크게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바우는 "나는 하반신 마비 환자다"라며 "손은 45바늘이나 꿰맸고, 왼팔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 내 몸에는 나사가 있어 가슴 아래로는 감각이 없다"며 재판을 기다리는 도중 법원에 안락사를 요청했다.
피해자 측은 사바우의 안락사 요청에 강력히 반대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보상을 먼저 해야 한다"며 "안락사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재판 전 안락사는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을 맡은 파라고나 법원은 "안락사법이 임시 구금 상태에 있거나 사법절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한 적용 배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며 "신체적·도덕적 존엄성과 개인 자율에 대한 권리를 피해자의 권리보다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가해자인 사바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결국 사바우는 피해자에게 별다른 사과 없이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다.
사바우의 죽음 이후 현지에서는 법원의 판단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 매체는 "피해자들은 고통을 인정받을 권리가 없는가"라면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죽음은 결코 존엄한 죽음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