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최종 77.77%로 당선…'팬덤'으로 친정 체제 구축
위기 처한 당 재건 위해 '강력한 리더십' 열망 반영된 듯
낮은 투표율 한계 지적…임기 첫날부터 '통합' 행보 예정
이변은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당심·민심에서 모두 1위를 수성하며 민주당의 새 사령탑에 올랐다. 이 신임 대표가 불과 5개월 전 대통령선거 후보였다는 점, 동시에 현재 거론되는 민주당의 유일한 차기 대권 주자라는 점 등이 압도적 지지의 배경으로 꼽힌다. 최고위원도 친명(친이재명)계가 독식하면서, 사실상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체제 전환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 신임 대표는 이날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5% 일반 당원 여론조사 5%를 합산한 결과, 총 득표율 77.77%로 당선됐다. 22.23%를 얻은 박용진 후보와는 무려 55.54%p 차다.
이는 현재와 유사한 투표 방식으로 치러진 전당대회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이제까지 최고 득표율은 2년 전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 대세론에 힘입어 당선됐던 이낙연 전 대표의 60.77%였다.
1년 전 4·7 재보선 참패에 따른 지도부 총사퇴로 열린 임시전당대회에서는 송영길 후보가 35.60%를 얻는 데 그쳤다. 당시 송 후보의 경쟁 상대였던 홍영표 후보의 득표율은 0.59%p 낮은 35.01%였다. 2015년에는 문재인 후보가 45.30%, 2016년에는 추미애 후보가 54.03%, 2018년에는 이해찬 후보가 42.88%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이번 당권 경쟁이 원사이드하게 흐른 건 민주당에 '이재명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당내에 현재 이 대표만큼 대중 인지도가 높고 세력 확장 가능성이 큰 인물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행정 능력을 입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대선에 출마하면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다. 실제 대선 이후 약 80만명에 그쳤던 권리당원 규모는 110만명 가까이 늘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이 대표 지지자로 분류되고 있다. 당내에서도 7인회(김남국·김병욱·김영진·문진석·임종성·정성호 의원, 이규민 전 의원)와 무소속 민형배 의원 등 소수만 친명계로 불렸었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친명계를 자처하는 의원들은 급속도로 늘어났다.
당내 기존 주류 세력이었던 친문(친문재인)계가 구심점을 잃으면서 당내 영향력이 약화한 점도 이 대표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도 당선 배경으로 꼽힌다. 그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기는 민주당' '유능한 수권정당'의 구호를 외치며 당심과 민심에 구애해 왔다.
그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저를 여러분께서 다시 세워주셨다"며 "국민과 당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라는 명령으로 생각한다. 절망에 빠진 국민을 구하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라는 지상명령이라 생각한다. 이 지엄한 명령을 엄숙히 받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재집권을 위한 토대구축이라는, 이 막중한 임무에 실패하면 저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겠다"며 "살을 깎고 뼈를 갈아 넣는 심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거 전당대회와 비교해 투표율이 낮다는 점은 이 대표에게 향후 당 운영에 있어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민주당은 극소수의 당원들에 의해 휘둘리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120만명에 이르는 당원 중 40여만명이 참여해서 80% 가까운 분들이 의사 결정을 한 것을 두고 소수 팬덤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당선자도 5명(정청래 고민정 서영교 장경태 박찬대) 중 고민정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친명계로 분류돼 지도부가 '친명 일색'으로 꾸려지게 됐다. 최고위원 경선 결과, 정청래 의원이 25.20%를 얻어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이어 고민정(19.33%), 박찬대(14.20%), 서영교(14.19%), 장경태(12.39%) 의원이 최고위원 5인 안에 들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친명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그분들 중에 원래 다수가 이재명계라고 불리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며 "다만 80%에 육박하는 당원과 민주당을 지지하시는 국민들께서 저에 대해서 기대가 높으시기 때문에 그 기대에 맞춰서 최고위원들도 선거운동을 하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 통합의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선을 중지 모아서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 대표는 임기 첫날인 29일 현충원 참배와 첫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기간 강조해온 '통합' 차원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