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와 황정민이 윤종빈 감독의 '수리남'으로 드디어 만났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제작발표회가 진행, 윤종빈 감독,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이 참석했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윤종빈 감독으로서는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윤 감독은 "이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두 시간 정도의 영화 대본은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빠져 있었다. 방대한 이야기를 두 시간의 호흡에 담기는 어려울 것 같아 시리즈로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때마침 넷플릭스와 좋은 기회로 함께 하게 됐다"라고 첫 드라마 연출 이유를 밝혔다.
윤종빈 감독은 "촬영해야 하는 분량이 영화 세 편 정도다. 퀄리티는 유지하면서도 많은 것을 소화해야 하는 점들이 힘들었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시리즈물의 흥미로운 점은 각 편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어떻게 끝내서 궁금하게 만들지 그게 영화와 다른 고민이었다"며 전했다.
하정우와 황정민이 민간인 사업가 강인구와 마약 대부 전요환으로 첫 호흡을 맞췄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후 2년 만에 복귀한 하정우는 "대학 졸업 후 첫 매니지먼트에 들어갔을 때 황정민 형과 처음 만났다. 그 때 많이 챙겨주셨다. 특히 윤종빈 감독님과 제가 2005년 '용서 받지 못한 자' 시사 때 참석해 주셔서 격려를 해주신 기억이 있다. 그 때부터 형과 작업하는 걸 꿈꿔왔다. 이렇게 오래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작업하는 내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시간을 기다려왔다"라고 황정민과 작품에서 처음 만난 소감을 전했다.
이에 유연석은 "저는 2005년 '올드보이'를 찍고 난 뒤 황정민 선배와 함께 하고 싶었다"라고 말을 보탰고 박해수는 "저는 1997년 연극을 본 후, 황정민 선배와 연기하길 기다렸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이후 다섯 번째 함께 한다. 하정우는 "'군도: 민란의 시대' 때 고생을 많이 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세 작품 안에 꼽는다"라며 "윤종빈 감독님 작품은 뭔가를 더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난히 어려운 느낌"이라며 "'군도: 민란의 시대'를 찍은 후 깨닫거나 실수한 부분을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란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하정우가 연기하는 강인구는 큰돈을 벌기 위해 온 '수리남'에서 전요환으로 인해 마약사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수감된 후 국정원 비밀 작전에 합류하는 인물이다. 하정우는 "강인구는 전문직 요원이 아니다. 과거 유도를 했었고 남달리 생존본능이 강하다 설정을 가지고 출발했다. 극 영화보다는 캐릭터를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고 감독님께서 히스토리를 차근차근 표현할 수 있도록 연출해 주셨다. 민간인이지만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었던 건, 강인구의 절실함이었다. 절실함이 강인구의 가장 큰 무기다"라고 설명했다.
황정민은 "두꺼운 대본의 양을 본 후 6부작으로 나뉜 책을 다시 봤다. 그 책이 너무 좋아서 다음 장을 읽기가 아까웠다. 바로 뒷장이 궁금해 보게 되는 작품이었다"라고 '수리남'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수리남을 지배하는 숨은 권력자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 전요환 역에 대해 "기본적으로 인간 쓰레기다"라고 짧게 소개한 뒤 "목사란 허울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데, 목사가 아닌 인간쓰레기가 목사인척 하는 연기가 가장 어려웠다"라고 전했다.
박해수는 국제 무역상으로 위장해 전요환에게 접근하는 국정원 요원 최창호로 분한다. 박해수는 "최창호가 극 안에서 전요환을 잡기 위해 강인구와 함께 위장을 해 구상만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한다.최창호와 구상만 두 인물은 의상과 말투로 변화로 주려고 했다"며 "캐릭터를 구분하기 위해서라기보단 대본에 캐릭터가 잘 구분 돼 있었다. 개인적으로 구상만이 현장에서 부딪치는 역할이라 연기하는 게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수리남'은 도미니카 공화국을 비롯해, 제주도, 전주, 안성 등을 오가며 남미의 풍광을 담았다. 윤종빈 감독은 "해외 로케이션 준비 과정에서 코로나19가 창궐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눈물이 다 났다"라며 "잠깐 가족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갔는데 산책하다가 문득 여기를 남미로 꾸밀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촬영, 미술 감독님과 함께 제주를 남미로 만들어보기로 했다"라고 로케이션 프로덕션 과정을 설명했다.
윤종빈 감독은 여타 다른 언더커버 물과의 차별점에 대해 "민간인이 정보기관의 작전에 언더커버로 투입된 영화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그런 점이 신선하게 작용할 것 같다. 또 강인구가 훈련받은 인물이 아니기에 임기응변, 생존본능이 극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에, 땅에 붙은 이야기라는 것이 우리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박해수는 "전 세계에서 통할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의 캐릭터들의 심리 싸움이 준비돼 있다. 모든 작품 안에서 볼 수 있는 쫄깃함이지 않나"라며 "되도록 뉘앙스를 느낄 수 있도록 원어로 보시길 추천한다"라고 어필했다.
윤종빈 감독은 "전 세계 시청자들이 보시고 한국의 훌륭한 배우와 프로덕션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9월 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