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 대출에서 변동금리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하며 8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78.4%로, 2014년 3월(78.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 차주의 변동금리 선호 경향은 더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신규취급액의 82.2%가 변동금리였는데, 이는 6월(81.6%)보다 0.6%포인트(p) 더 높아진 수치다.
원인은 금리 차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이번 달 8일 기준 연 4.450~6.426%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 연 4.070~6.330%를 웃돌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변동금리 쏠림 현상이 심화한 가운데 기준금리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자 부담 확대에 실제로 직면하게 될 대출 차주가 그 만큼 많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역대 최초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직후 0%대까지 떨어졌던 한은 기준금리는 단숨에 2.50%까지 올라섰다.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 상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757조9000억원에 이른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저축은행·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인 판매신용을 합친 통계로, 가계 빚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은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한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때마다 산술적으로 가계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3조4455억원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앞서 지난 6월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한 질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변동금리부 채권이 많기 때문에, 가계 이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통위원들과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변동금리 비중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한은은 내년까지 45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 상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시중은행에서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가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정부는 이번 안심전환대출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이 72.7%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